(뉴토 이슈) ‘성추문’ 김기덕, 이번에도 옛 방식 활용할까?
2018-03-08 13:46:23 2018-03-08 13:46: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는 연출의 달인이다. 이번 상황은 그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유명 감독이 10여 년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한 말이다. 이 대화에서 그는 ‘김기덕 감독’을 가리킨다. 언급된 상황은 2008년 개봉한 김 감독 연출작 ‘비몽’ 논란이다. 당시 김 감독이 출연한 여배우 이나영이 극중 목을 매는 장면에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촬영을 감행하다 사고를 당할 뻔 한 내용이다. 이 상황은 언론과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상세히 보도됐다. 
 
김기덕 감독. 사진/김기덕필름
 
보도 이후 김 감독은 4년 간 칩거에 들어갔다. 그를 둘러싼 루머는 쏟아졌다. ‘폐인이 됐다’,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등등. 실제로 일부에선 ‘경기도의 모처에서 움막을 짓고 걸인처럼 지내고 있다’는 말도 전해져 왔다. 그리고 김 감독은 2011년 ‘아리랑’을 들고 나왔다. 전해져 온 ‘움막에서 걸인처럼 지낸다’는 말은 ‘아리랑’ 속 김기덕의 모습 그대로였다. 홀로 자문자답을 하는 형식의 이 영화는 충격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그해 칸 영화제에 출품된 ‘아리랑’은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복귀전이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은 이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거장이 된 것이다. 이후에도 그는 세계 3대 영화제(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 단골 초청 감독으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한국은 몰라도 김기덕은 안다’는 말은 유럽에선 사실이고 팩트였다.
 
그런 그가 추락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공개된 그의 민낯은 충격을 넘어 경악 그 자체였다. 여배우에게 성폭행, 성추행은 물론 물리적 폭행도 있었단 증언이 나왔다. 이미 김 감독의 또 다른 연출작 ‘뫼비우스’에 촬영 중 남성 성기를 잡게 하고 뺨을 때리는 등 비상식적인 디렉션(감독이 촬영 전 해당 장면에 대한 촬영 의도를 설명하는 것)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논란으로 그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 기소가 된 바 있다.
 
방송이 나간 뒤 김 감독은 제작진에게 ▲여배우와 동의하에 육체적 관계가 있었다 ▲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욕구를 채운 적은 없다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나눈 적은 있다 등의 해명 문자를 보냈다.
 
그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후 뉴스토마토는 그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보낸 해명 문자의 아이러니함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려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추문이 보도되면서 해외 외신들은 ‘가장 충격적이다’며 놀란 반응이다. 김기덕에 대한 추앙에 가까운 신뢰를 보이고 있는 유럽권 반응도 비슷하다. 일단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국내외 개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후지이 미나, 장근석, 안성기,이성재, 류승범, 성기윤, 오다기리 죠 등 한국과 일본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30여분 후 여자주인공이 남자 5명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성추문에 휘말린 김 감독의 신작 속에서 이 같은 장면이 여과 없이 상영된다면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 측과 합작으로 진행하려던 영화 프로젝트도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10년 전 김 감독에 대한 언급을 한 해당 감독은 8일 오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별다른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베일에 싸인 사생활과 독특한 촬영 방식 그리고 가학적인 장면을 자주 내세워 온 김기덕 감독이 과연 이번 사태는 어떤 방식으로 돌파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물론 영화인들은 파격적 언사와 기행에 가까운 촬영 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의 복귀를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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