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우리는 피해자를 모른다
입력 : 2018-02-21 06:00:00 수정 : 2018-02-21 06:00:00
극장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관객 수가 1만 명을 넘기지 못한 다큐 영화가 있다. 용산참사를 다룬 <공동정범>이 그 영화다. 이 영화를 본 평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다큐가 이룬 성취를 상찬한다. 수작을 넘어서 걸작 다큐라고 하는데 요즘은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평이 더 적절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매우 불편한 영화라고 말하고는 한다. 용산참사로 동료를 잃은 5명의 망루 농성자들은 불타는 망루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생존했다. 겨우 1,2분 사이에 누구는 불타는 망루에서 죽었고, 누구는 살았다. 그런 뒤에 그들은 4년 동안 감옥에 갇혀야 했다. 이들은 ‘혹시 나 때문에 동료들이 죽은 건 아닐까’ 하는 괴로움을 갖고 감옥살이를 하고 난 다음에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갈등한다. 그런 과정을 카메라는 깊이 들어가서 담아낸다. 그들의 내면의 갈등과 다른 동료들에 대한 원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점차 자신들의 기억을 맞춰보면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그래서 불편하고, 아프다. 특히 이 영화를 본 피해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 개봉되었을 때의 반응과는 영 다르다. 특히 진보를 부르짖는 많은 이들은 대체로 이 영화를 외면한다. 그들에게는 이 영화가 불쾌하다. 정권이 저지른 학살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런 영화를 기대했는데, 내부의 갈등이라니…. 혹자는 왜 그런 영화를 만들게 내버려 두었냐고 항의까지 한다. 이명박 정권의 잔인한 학살을 고발하고 그에 대한 불타는 분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다. 세월호참사를 겪은 이들도 그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내 아이가 살아 있을 때 더 잘 해줄 걸, 왜 그때 나는 마지막 전화도 받지 못했을까? 수학여행 가기 전에 사 달라던 운동화 하나 사주었더라면 하는 자책도 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을 상상할 때면 그들의 고통은 극에 달한다. 그런 걸 완전히 털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의 시간은 겪어 보지 못한 이들의 시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간이 그 당시로 멈춰졌다고 하는 말을 모든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한다. 참사공화국에서 피해를 당한 이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쉽게 잊거나 외면해 왔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미투운동의 피해자들도 그렇다. 누구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희미한 일이 되어 버렸겠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반면 피해를 입힌 자들은 점점 더 큰 권력을 갖게 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서지현 검사가 그 일을 폭로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갈등을 하지 않았겠는가. 묻어버리고 싶지만 묻을 수는 없고, 이걸 말했다가는 도리어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제2, 제3의 피해를 감당해야 할 것까지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미투운동이 이제 문화예술계로, 사회각계로 번져가고 있는 현상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그 피해자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렵게 용기내서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들에게 퍼부어지는 저주스런 악담들이 아직도 댓글로 달리고 있다. 아마도 피해자들이 고통을 당할 때 그 고통에 눈감았던 이들,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이들이 이제 다시 피해자를 향해 말의 칼을 휘두르는 꼴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공동정범>의 주 관객층이 젊은 여성들이라고 한다.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여성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보편적인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우리는 이제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게 그들의 곁에 서서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은 관객들이 ‘저주 받은 걸작’인 <공동정범>을 극장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불편하고 아프더라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피해자들의 보편적인 고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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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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