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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금리와 주가의 줄다리기
2018-02-01 08:00:00 2018-02-01 08:00:00
주가의 사상최고치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속에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상승의 주된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기업실적 개선에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정책이 더해지면서 주가상승세가 더욱 뚜렷해 보인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져온 남북간의 화해무드까지 겹치면서 전체 주식시장에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큰 편이지만 시장의 불안요소도 커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리다. 주가상승 흐름이 대부분의 글로벌 증시에서 관찰되고 있지만, 시장금리의 상승세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시장금리의 상승은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그렇지만 금리와 주가의 움직임이 단순히 이론적인 예측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자료를 살펴보면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던 시기도 있었고, 금리의 상승과 함께 주가가 하락하였던 시기도 있었으며, 금리하락과 주가상승이 동반된 시기도 나타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며, 그러한 요소들의 움직임이 금리변화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금리상승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리의 절대적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금리상승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금리상승과 주가상승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금리의 절대적 수준이 낮은 상황은 주로 경기침체기에 해당되는데,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보다는 금리상승이 의미하는 경기회복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 금리의 인상이 지속되어 시장금리가 명목상의 중립금리에 근접하게 되면 주가의 방향성이 하락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회복세가 충분히 진행되면서 금리상승이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결국 기업실적의 개선세를 둔화시키기 때문에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2017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3회 인상하였다. 그리고 올해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3회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준이 3회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2.0~2.25%가 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히 높다. 한국은행이 국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미국과 동일하게 가져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장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높은 수준으로 반영할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의 금리상승 속도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또는 더 빨라진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상승이 주가에 직접적인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정체상태에 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금리상승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 금리인상에 조심스러웠던 이유중의 하나는 생산과 소비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할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미국 이외의 경제권에서도 통화긴축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상승이 글로벌 경제의 보편화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상승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음을 투자의사결정시 더 비중있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시장금리중에서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장기시장금리로 볼 수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이미 2.7%를 넘어섰는데, 이는 2014년 4월 이후로 최고치 수준이다.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으며, 국내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국채와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올해에도 주가상승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작년에 비해 상승의 폭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상승으로부터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가격조정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주의환기가 필요해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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