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로펌의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적 요구와 로펌 규모의 대형화로 소속 변호사 개인 차원에 머물던 공익활동이 로펌 차원에서 조직화·체계화됐다. 로펌공익네트워크는 국내 11개 로펌이 공익활동 활성화와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 모색을 위해 결성한 단체다. 광장, 김앤장, 동인, 로고스, 바른, 세종, 원, 율촌, 지평, 태평양, 화우 등이 연합했다. 법으로 사람을 위한다는 이법위인(以法爲人)을 철학으로 하고 있다. 임성택 로펌공익네트워크 간사(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를 만나 로펌의 공익활동에 관해 물었다.
임성택 변호사는 로펌의 공익활동에 대해 단지 사회공헌을 한다기보다 법률가의 본질이나 사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사진/홍연 기자
국내 대형로펌의 변호사 1인당 연간 평균 공익활동은 26.13시간이다. 외국과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인가?
미국은 전미변호사협회가 1년에 50시간 이상 공익활동 업무 수행을 의무로 하는 규칙을 1983년에 제정했다. 공익활동이 화제가 되고 로펌의 평판과 마케팅에 영향을 끼쳐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프로보노를 활성화하기 위한 단체가 로펌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로펌은 법률상 어떤 정도의 의무까지 준수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익활동이 후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풀타임 공익 변호사들이 80여 명 넘었다. 영리업무를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많은 편이다. 다만, 많이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편중이 있어 아쉽다. 제도적으로 벌금보다 공익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촘촘히 하도록 하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로펌공익네트워크'를 출범한 지 약 1년이 됐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세미나를 통해 각 로펌이 내부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범적 사례를 듣기도 하고, 공동의 공익활동도 했다. 난민 문제의 경우 난민단체에 재정적으로 출연하고,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을 공동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송에 참여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소송도 진행했다. 저상버스는 시내버스에만 있고, 시외·광역·고속 버스에는 한 대도 없다. 교통사업자를 상대로 청구한 소송은 1심에서 승소했고, 서울시와 교통부를 상대로 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구제조치 청구는 기각됐다. 이밖에 대부분 로펌에서 풀타임 공익 변호사를 뽑아 공익활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며, 1년 동안 한 공익활동을 한 책자에 실으며 선의의 경쟁을 했다.
공익네트워크에서 구성원 간에 공유하는 철학이 있나
로펌들이 서로 힘을 합쳐 공익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명을 다하고 로펌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한다. 특히 로펌의 전문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공익법연구, 공익소송, 공익법률자문, 사회공헌활동 등을 강화하고 공익활동 분야를 개발해 활성화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공익활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공익활동 라운드 테이블은 어떻게 운영되며, 중점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사무실이나 상근자가 없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대표자·책임변호사·공익변호사 회의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심포지엄을 하고, 봄·가을에는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해 비정부기구(NGO)가 쟁점화하는 의제들을 공익활동을 원하는 개별 변호사와 연결하는 일을 한다. 공동의 공익 소송, 난민소송 지원, 공익법인에 대한 제도 개선 등 공동활동을 비롯해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선의의 경쟁을 위한 활동의 장에서 시작해 점차 자원을 활용해 공동의 연구나 소송, 입법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에도 변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연탄 나눔, 아름다운 가게 행사, 시설 방문 등 봉사활동이 많았다. 최근에는 변호사 본연의 전문성을 살려 공익소송, 공익자문, 공익 연구, 입법 활동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로펌별로 특색이 있고 분야도 나뉘는 것 같다. 지평은 핵심 영역이 장애, 인권, 아동이며 태평양은 난민, 탈북, 장애 화우는 노숙인 율촌은 후견을 강조한다.
로펌 공익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일단 지평만 예로 들면 공익소송을 하고 있다. 공익소송은 인권 보호와 불평등 해소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소송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에게 위로금 지급을 거절당한 민간인 지뢰 사고 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의료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시청각장애인을 대리해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영화관들이 화면 해설·자막·보청기기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공익소송은 제도 개선과 함께 같은 사건 피해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법률진단 프로그램의 하나로 발달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 대한 법률 실사도 진행했다.
태평양은 비영리단체(NPO)에 대한 법률지원을 위해 '동천NPO법센터'를 열고 시니어 NPO 멘터 변호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 변호사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나이 드신 변호사들이 은퇴하고도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란 생각이 든다.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해 NPO와 연결되면 법률적 조력뿐 아니라 경험과 지혜도 전수할 수 있다.
변협이 기존에 제시한 지표로는 로펌의 공익 활동 성과를 제대로 담아내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양적인 지표다 보니 질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이게 최소한의 지표인 것 같다. 개선할 수는 있지만 여기서 출발해야 더 나아가 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익소송만 놓고 보면 소송의 수혜자가 원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시외 이동권 보장 소송은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 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수혜를 본다. 활동의 사회적 성과까지 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사회성과 측정이 나오고 있다. 일반기업이 재무제표로 수익을 평가받는다면, 사회적 기업은 세상을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를 평가받는다. 로펌의 공익 활동에서도 사회성과 측정 체계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질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한국 로펌의 프로보노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가.
로펌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집단인 동시에 강자·기득권 중심이라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로펌이 공익 활동에 대해 단지 사회공헌을 한다기보다 법률가의 본질이나 사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좋겠다. 지평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 시도로 '사회책임 보고서'를 냈다. 공익활동이나 사회 공헌 활동이 아니라 여성차별금지 등을 강조하며 교육하고, 예비구성원을 존중하고 소수자를 얼마나 고용했는가 등을 다뤘다. 이런 내부적인 변화도 동시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 직원 30여명이 지난해 11월 '2017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해 10가구에 총 2000장의 연탄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평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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