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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스닥 버블 논란, 옥석 가리기로 대응해야
2017-11-28 08:00:00 2017-11-28 08:00:00
코스닥의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오랜 기간 700선을 넘기는 것도 힘들어 하던 코스닥지수가 지난 24일에는 10년만에 장중 800선을 넘기기도 하였는데, 이제부터 800선 안착을 위한 테스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최근 2개월간의 현상이다. 올해 1월 이후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25.5%로 나타난다. 이중의 대부분의 상승이 10월 이후의 기간에 집중되었는데, 최근 6개월 그리고 2개월의 지수상승률을 살펴보면 각각 22.7%와 23.5%를 기록하였다. 2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코스닥지수가 급하게 오르다보니 가격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코스닥 버블에 대한 우려는 지수와 종목에 대해 다소 상반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1990년대말 나타났던 코스닥 대(大)버블기의 혹독한 경험을 아직도 기억한다. 1998년 10월 600대 초반에 머물던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에 2800선을 돌파하며 눈부신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시장지수가 무려 365%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이 버블의 끝은 참혹하였다. 2000년 12월말 코스닥지수는 525포인트로 주저앉았으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시장은 아직도 코스닥지수의 급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시장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지수수준이 버블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2개월의 기간동안 23.5%의 지수상승률이라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과거 정상적인 시기의 주식시장 가격흐름과 비교해 볼 때 위험할 정도의 주가상승세라 보기는 어렵다. 25% 내외의 가격상승은 기업실적 개선 및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합리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이며, 만약 일부 버블이 있다 하더라도 시장전체에 대한 파급력은 낮아 보이기 때문에 붕괴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질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오랜 기간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 많은 시장참가자들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타매매의 비중이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펀더멘탈에 대한 분석과 리스크 관리는 더 엄격히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서 주가상승이 주도될 때 개인투자자들에 의한 주가상승보다 버블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코스닥지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현재의 코스닥 랠리는 제약 및 바이오 업종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중 일부 종목에서는 우려스러운 수준의 가격급등이 관찰된다. 그런데 개별종목 단위에서의 버블논란은 주식시장에서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특정 종목의 적정 주가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갈리는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 고평가나 저평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정보반영에 의해 가격괴리는 조정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버블은 해소된다. 현재 제약 및 바이오 업종에서 관찰되는 주가급등을 모두 버블의 영역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 업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강화할 필요성은 커 보인다. 투자자들은 관찰되는 가격상승이 합리적인 기대감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테마주 열풍과 같이 투기적 심리에서 출발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소외되었던 코스닥시장의 선전은 주식시장의 활기를 높이고 중견벤처 기업들의 상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M&A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는 벤처투자자금의 회수경로를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코스닥지수상승이 다소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옥석가리기를 통해 가격 상승의 적정성을 냉정히 평가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시장이 원해왔던 레벨업(Level-up)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다양한 시장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역할확대를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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