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모험자본의 축적
2017-10-30 08:00:00 2017-10-30 08:00:00
우리경제의 3분기 실적이 깜짝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발표를 따르면 한국 경제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최근 7년여만에 가장 높은 1.4%를 기록하였다. 이로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3% 달성은 확실시 되고 있다.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던 그간의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장기간 지속되어 온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3%대의 경제성장은 만만히 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올해에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숫자가 되었지만,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을 경우 또 다시 멀어져 버릴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성장률 제고에 있어 중요한 경제주체는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들이다. 전통적인 영역에서의 생산활동은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기술발전과 더불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산업부문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현재의 밥줄이라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다. 능력있는 벤처기업들이 활발히 생겨나고 꾸준히 성장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저성장의 늪에서 침몰해가는 모습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도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벤처기업은 성장에 대한 잠재력이 크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자금공급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모험자본이 맡게 되는데, 모험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경제성장률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의 축적에 있어서 자본시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관투자자들이 생겨났다. 모험자본의 특성상 장기간의 자금공급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자로서의 비교우위를 가진다. 그렇지만 국내의 기관투자자들은 모험자본의 공급에 있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기관투자자의 리스크 관리방식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도 시장의 역할만큼 중요하다. 그간 정부는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모험자본을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집중해온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민간의 모험자본 공급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 대규모 부동자금이 형성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동자금이 모험자본의 영역으로 흘러들어가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시장에 의한 모험자본 공급확대를 지원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안중의 하나는 세제(稅制)에 관한 것이다. 모험자본의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투자상품의 양도소득세 부과방식에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금융투자상품간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중요한 방향성이다. 오랜 기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과세는 시장에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지원한다는 측면보다는 세수확보 측면이 강조되어 왔다. 그렇지만 모험자본 공급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의 접근방식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준의 손실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는 투자손실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줌으로써 모험자본에 대한 자금유입을 확대하는 효과가 크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의 경우 손익의 통산이 허용된다. 그렇지만 금융투자상품과 투자기법이 다양화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금융투자상품간 폭넓은 손익의 통산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손실의 이월공제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에 큰 영향을 준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자금의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이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손실을 미래의 자본이익에 대해 공제할 수 없다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가진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음은 눈여겨 볼만한 사안이다.
 
글로벌 경쟁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모험자본의 축적을 촉진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와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기대해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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