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인정
현대제철 최초 산재…이전 근무 이력까지 종합해 판단
입력 : 2017-09-06 17:06:25 수정 : 2017-09-06 19:15:3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무하다 폐암에 걸린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사업장의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지난 4일 당진공장에서 용접 업무를 맡았던 서모(29)씨를 산재로 인정했다. 서씨는 2003년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산업체에서 용접을 시작한 뒤 조선소와 제철소 등을 옮겨다니면서 근무했다. 군대에서도 용접병으로 복무했다. 이전 사업장에서 서씨는 용접 불티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석면포를 깔고 일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다.
 
2011년 1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입사, 기계정비반에서 근무했다. 제철소의 설비보수 업무를 맡았으며 주로 용접을 했다. 유해물질 흡입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작업시 높은 온도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씨는 기계정비반에서 연속주조 공정으로 배치됐다. 
 
서씨는 2014년 폐암 2기 확진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서씨는 용접시 중금속과 분진 등을 흡입해 폐암에 걸렸다며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산재 신청을 했다. 공단 폐질환연구소는 2년 동안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서씨의 폐암이 업무로 인해 발병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직업병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질판위는 서씨가 용접 중 중금속, 분진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교대제 근무를 하면서 장기간 야간노동을 한 것도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된 걸로 봤다. 폐암과 업무 연관성이 명확하진 않지만,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질판위의 판단이다.  
 
질판위가 산재 피해자의 근무이력을 종합해 산재로 인정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장실습생, 군 복무 등 이전 근무지에서 용접을 하면서 발암물질에 노출된 점이 폐암을 발병시키는 데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고, 이를 산재의 원인으로 봤다. 질판위는 "당진공장에서 용접량도 많지 않았고, 노출기간도 짧아 누적노출량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업고와 군 복무 중 용접주특기 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 폐암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측도 "서씨의 근무기간은 3년밖에 되질 않는다"며 "당사의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업고와 군대 등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산재 요인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진공장의 폐암 유병률은 일반적인 폐암 유병률보다 낮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 노조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암에 걸린 노동자는 20명에 달한다. 이중 4명이 폐암이다. 현대제철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가 최초로 나온 만큼 노조는 작업환경 개선 요구에 나설 계획이다. 제철소 공정 특성상 중금속, 분진을 흡입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노조는 이날 사측의 산업안전 담당자를 만나 생산설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산재 인정은 새정부 들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김모씨가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됐다.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공단이 패소할 경우 항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단이 이례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아 김모씨의 산재가 확정됐다. 법원 판례도 명백하게 업무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산재를 인정하는 추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는 지난 4일 "공단의 항소 포기를 통해 새정부의 직업병 산재 보상에 대한 의지를 엿봤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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