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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은 무슨!"…중견·중소 건설사, 소규모 사업 확보 '혈안'
정부 부동산 대책 여파…민간 아파트 건설 부지 사실상 사라져
도시정비사업 등 소규모라도 돈 되는 사업엔 모두 참여
2017-08-30 18:25:10 2017-08-30 18:25:10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공공택지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평소에는 외면했던 소규모 사업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2014년 9.1, 2016년 8.25 등 2년에 걸쳐 발표한 부동산 대책 여파로 토지 공급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수도권에서 민간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땅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소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도시정비사업, 설계공모형 사업, 도시공원특례사업 등 비주류 소규모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전주 혁신도시 일대에 공사중인 현장 전경이다.사진/뉴시스
 
30일 정부에 따르면 2014년 9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규모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 신규 조성을 사실상 중단하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포함시켰다. 정부는 또 지난해 8.25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공동주택용지 공급도 조절하는 방안도 내놨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들이 시행되면서 민간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땅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공공택지는 LH가 토지매입부터 보상, 부지 조성 등 모든 기반시설을 마친 뒤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갖춰진 땅이다.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83만㎡에 달했던 공공주택용지 공급 물량은 올해 406만㎡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74필지·272만㎡로 전체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은 이달 이후 공급예정인 공공주택용지는 7필지·29만1000㎡ 규모다.
 
김포 한강, 고양 지축 등 물량이 일부 남아 있지만, 뉴스테이와 임대용의 민간 분양 아파트 용지는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택지지구 내 용지 확보가 치열해졌고, 심지어 건설사가 땅을 확보할 경우 ‘로또’가 당첨됐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위례신도시 A3-10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시흥 장현 B-8은 195대 1을 기록했다. 평택 고덕 A-45 역시 99대 1로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야말로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소 건설사들이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발하게 수주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도시정비사업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 중소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주택조합이나 소규모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H건설 관계자는 “건설사가 땅을 확보해야 아파트를 분양·건설 해야 자금이 순환되는데, 용지 확보자체가 어려우니 근심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건설사 관계자 역시 “대형 건설사는 민간택지 등 자체사업이 가능하고, 해외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우수하다”면서 “국내 주택사업비중이 높은 중소 건설사들에 공공택지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것 없이 이른 바 '돈 되는' 사업이면 어디는 뛰어들고 있다.
 
호반건설은 몇년 전부터 ‘설계공모형 제안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도시공원특례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도시공원특례사업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도심지에 공원을 조성할 때 관의 부족한 예산을 대신해 건설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30%의 땅을 받아 주택이나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도시공원특례사업의 경우 사업이 4~5년 이상 걸린다.
 
반도건설의 경우 대행개발이나 공매사업, 재개발·재건축, 상업시설 임대·운영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행개발은 택지개발에 참여해 공동주택용지를 받는 방식이다.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2~3년 전부터 있었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역시 ‘규제강화’이기 때문에 중소 건설사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자체 토지 확보, 사업 방식 다각화 등을 자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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