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접고용 2년…설치기사들 처우 놓고 갑론을박
"퇴직자만 100명 넘어, 임금·근무강도 제자리"…"직접고용 의미 평가절하 안돼" 반론도
입력 : 2017-07-13 16:11:33 수정 : 2017-07-13 17:27:10
서울 광화문 KT사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도급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정규직화의 모범 선례가 된 KT가 '무늬만 정규직화'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5년 KT는 자회사를 설립, 유선통신 설치기사들을 직접고용했지만 일부 기사들은 "회사가 정규직이라는 포장지만 씌웠다"고 하소연했다.
 
KT는 2015년 7월 'KT서비스 북부·남부'라는 자회사를 설립, 4100여명의 유선통신 설치기사들을 직접고용했다. 이전까지 기사들은 KT와 협력업체가 공동출자한 중간 도급업체 'ITS' 소속이었다. 2014년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KT는 모두 하나"라는 뜻의 '싱글 KT'를 주창하면서 7개의 ITS 법인을 정리하고 자회사를 설립, 직접고용을 추진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본따 지난 5일 자회사를 설립, 협력업체 소속이던 4600명의 설치기사들을 직접고용했다. 하지만 직접고용 2년째에 접어든 일부 KT서비스 노동자들은 급여와 처우 불만이 극심하다. 차라리 예전이 낫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13일 기자와 만난 설치기사들은 단호하게 "ITS 때보다 좋아진 게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급여만 봐도 기본급은 ITS보다 월 5~10만원 정도 올랐으나, '실적급'이라고 해서 일한 만큼 받아가는 부분이 줄어들어 사실상 급여는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ITS 때는 기본급은 낮되 실적급이 높았으나, KT서비스에서는 기본급이 소폭 오른 대신 실적급은 낮아져 '조삼모사'라는 설명이다.
 
처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ITS와 이전 협력업체에서 겪었던 쥐어짜기, 초과근무 등은 KT서비스에서도 반복됐다. KT 제2노조 관계자는 "작업시간을 일일이 체크하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어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운다. 주 5일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남들은 직접고용 됐으니 사정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직접고용 2년째에 벌써 100명 넘게 일을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한 설치기사는 "사정이 나아질 거라 믿고 일했으나 선임들은 점점 지치고 신입들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 퇴직하기 일쑤"라며 "심지어 KT보다 사정이 안 좋은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협력업체 기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T서비스 출범 당시 직접고용 기대감에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 소홀했던 것도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설치기사는 "KT서비스가 생길 때 사측과 기존 제1노조가 협상했으나 1조노는 사측에 기사들의 어떤 권리도 내세우지 못했다"며 "SK브로드밴드의 직접고용이 KT처럼 자회사 설립 방식인데, KT서비스 사례가 재연되지 않도록 회사와 제대로 협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간접고용자로 불리던 설치기사들을 KT가 자회사를 설립, 직접고용함으로써 고용불안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민간부문에서 시작된 직접고용 사례를 악의적으로만 평가할 경우, 새 정부 들어 불붙은 정규직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높다. 고용안정을 이룬 만큼 처우 등에 대한 불만은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KT서비스에 직접고용된 기사들의 급여는 수당을 포함해 평균 10% 이상 올랐고, 복지혜택도 KT 본사 직원들과 동등하게 받고 있다"며 "다만 실적에 따라 처우에 차등이 생기다 보니 일부 불만을 가진 기사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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