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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탐정의 자산관리)11조 육박 헤지펀드…파이 더 키우려면 시장·성과 투명성 관건
옥석 드러난 한국형 헤지펀드 '부익부 빈익빈' 시대 본격화
2017-07-14 08:00:00 2017-07-14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 달 말 기준 전체 설정액 10조6780억원을 기록한 건데요. 지난 2월 7조원을 돌파한지 불과 4개월여 만에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습니다. 6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약 8000억원의 설정액이 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40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입니다. 큰 손인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기관의 투자가 확대됐고 증권사들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판은 키운 결과로 보여집니다. 현재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는 91개로 한국형 헤지펀드 개수는 481개로 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376개 펀드가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가파른 증가세,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란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로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보다 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내세운 명칭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후 일반 사모펀드와 합해 전문투자자형 헤지펀드로 명칭이 통합되고 규제가 더욱 완화됐습니다. 현재는 헤지펀드는 전문투자자형 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헤지펀드로 나누어지게 됐습니다.
 
최근 채권형 헤지펀드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는데요. 그 원인은 먼저, 정부의 규제완화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규제완화를 통하여 증권사와 자문사 운용사들이 전문투자자형 헤지펀드에 진출하였고, 롱숏 매매와 같은 각종 투자전략과 레버리지, 집중투자 등을 통해 투자성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규제 완화가 펀드 매니저들로 하여금 더 큰 위험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49인 이하의 전문투자자들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모펀드 규제 개편에 따라서 가입금액 최소기준이 낮아지긴 했지만 최소 1억 이상의 가입금액 최소기준이 존재합니다.
 
둘째, 최근 저금리와 공모펀드의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새로운 방식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고객과 펀드매니저가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고, 설명을 들을 수도 있어서 큰 금액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만족도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각종 투자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운용자들의 등장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다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습니다. 레버리지와 헤지 기법을 다양하게 써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짐에 따라 이를 활용하여 펀드 운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인컴을 추구하는 채권(Fixed Income) 전략의 헤지펀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그흐름을 주도한 건 흥국자산운용과 교보증권인데요, 교보증권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월별로 20개에 육박하는 채권 전략 헤지펀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흥국자산운용은 4개 펀드에 총 1조3000억원, 교보증권은 44개 펀드에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교보증권의 헤지펀드가 사실상 일반 채권형펀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합니다. 운용전략이 단순하고 성과보수가 매겨져 있지 않아 헤지펀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인데요.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듣고 싶습니다.
 
▲운용전략이 단순하고 성과보수가 매겨져 있지 않아 헤지펀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운용전략이 단순해서 이해하기 쉽고 성과보수가 저렴하다면 좋은 것이지 그 것으로 헤지펀드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헤지펀드의 특징은 사모라는 것 그리고 일반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펀드에서는 허용하고 있지 않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즉 투자자도 전문성이 있어서 위험한 전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얼마나 운용자가 자유롭게 운용전략을 선택할 수 있느냐가 헤지펀드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교보증권의 헤지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되는 지 알 수 없어서 무어라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채권형 헤지펀드가 단순하고 일반 펀드와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고객의 필요를 제대로 짚어냈다면 그것은 평가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공을 통해 더 복잡하고 어려운 투자도 활성화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헤지펀드 시장 확대에 힘입어 자연스레 초대형 IB들의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시장 경쟁도 격화하고 있습니다. 전체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며 독보적일 것만 같던 NH투자증권(25.1%)은 28.6%를 차지한 삼성증권에 1위를 내어준 상태고 한국투자증권(17.8%), 미래에셋대우(13.0%), KB증권(12.9%), 신한금융투자(2.4%) 등의 순입니다. 향후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PBS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데요. PBS 업무가 초대형 증권사에 있어 한 축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증권회사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원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는 헤지펀드가 자신의 투자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헤지펀드가 금융거래 즉, 자금 차입과 주식 공매도 등의 서비스를 한 증권회사로 한정해서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데서 출발하였습니다. 만일 헤지펀드가 외국과 같이 규모를 키우고 다양하게 발전한다면 대출과 주식 대차 등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대형 증권회사에게 괜찮은 수익원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성장 초입인 국내 헤지펀드 업계는 스스로 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운용성과가 쌓이면서 헤지펀드의 옥석가리기도 보다 본격화하겠으나 일련의 과정에 있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리스크 관리는 가장 허투루 해선 안 될 사안이라고 보여집니다. 글로벌 헤지펀드(운용보수 2%, 수익의 20%) 만큼은 아니지만 헤지펀드 보수가 일반 펀드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점입니다. 헤지펀드 시장의 거듭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투자자에 당부해야 할 점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헤지펀드는 금융계의 벤처기업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로 무장한 헤지펀드들이 세계 각지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우리 국민의 재산도 그 만큼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이렇게 세계의 헤지펀드와 실력을 겨루기보다 고객들의 호주머니만 노린다면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시장의 투명성과 성과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 헤지펀드의 전략은 비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시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운용의 결과와 집행의 투명성은 확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치열한 옥석 가리기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의 헤지펀드도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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