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세계적 패러다임"
17일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맞아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인터뷰
“미국은 기업국가…트럼프 발언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입력 : 2017-06-19 08:01:00 수정 : 2017-06-19 08:01:00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만에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후보시절부터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온 그의 행보를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트럼프를 향한 세계의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강대국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격동의 국제정세 변화 속,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17일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을 맞아 의견을 듣기 위해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을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흔히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중국, 그 다음이 미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적 배출량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이는 곧 역사적으로 져야 할 책임의 무게 또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파괴의 주된 요인이 화석연료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트럼프의 발언은 곧 범죄로 볼 수 있다. 자국 내 온실가스 업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지구 생물의 멸종과 인류 문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트럼프의 발언이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착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국내 대자본들은 트럼프의 선언을 마치 온실가스 감축 연기의 명분쯤으로 삼고 있다. 사실 트럼프의 발언은 크게 의미가 없다.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기업이다. 1000개의 기업들이 지금 청정에너지 개발 실습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대표적인 IT기업들은 트럼프의 발언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협약 지지를 선언 했다. 이미 그들은 벌써부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다.
 
2020년이 되면 석탄의 발전 단가가 청정에너지의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2021년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뜩이나 청정에너지보다 발전 단가가 올라갔는데, 세금까지 더해진다면 화석연료는 경쟁력을 잃은 에너지 자원이 될 것이다. 미국의 석탄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돌아선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파리협정은 당장 깨지지 않으며, 트럼프의 발언 역시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없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의 주도권은 어떤 국가가 이끌어 갈 것으로 보는가.
▲주도권은 중국이 쥘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11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열린 22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NGO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중국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했다. 단순히 화석연료 감축만을 논하는 것이 아닌, 청정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향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베이징과 허베이, 톈진과 같은 수도권의 대기오염 문제는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에게 대기오염 문제 해결은 곧 정권을 유지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렇기 위해 2020년까지 사용하는 석탄사용량을 연간 14%씩 점차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더불어, 다가오는 2050년에는 석탄화력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청정에너지로의 완전 전환을 선언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저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
▲중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신세계화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잠시 소강되긴 했지만 기업을 주축으로 한 미국발 공세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글로벌 경제는 예고 후 불어 닥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IMF 이후 외국 자본이 급격히 쏟아져 들어오지 않았나? 대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경제는 형성되기 마련이다. 온실가스를 둘러싼 각국의 세계화 전략도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2010년 이후 온실가스 저감 기술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기나긴 마라톤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7년인 지금에도 출발을 못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분야는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하자면 기초 체력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계와 산업자원부는 전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미비한데 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되냐는 식의 논리로 버텨왔다. 불과 지난 정권까지 이어져온 기막힌 현실이다.
 
지금 한국은 대기업의 자본을 중심으로 석탄 발전소를 더 짓고 있다. 2029년까지 화력발전소 22기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할 정도다. 노후 발전소를 셧다운 했으니, 부족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석탄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게 가장 쉽고 저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석탄 화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 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하다고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는데,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80%가 온실가스다.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온실가스 저감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적 추세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업이나 경제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전환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철학이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자리 문제다. 조선산업 회생 종합대책을 보고 정말 걱정이 됐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채 회생 차원에서 일자리만 늘리겠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독일의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는 컨테이너 선박을 제조하던 공장을 풍력 발전 부품 제조 공장으로 전환했다.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는 단 한 명도 해고되지 않았을뿐더러, 공장을 4000만 유로의 신규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 역시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대우조선 해양은 2009년 미국의 풍력회사 드윈드(DeWind)를 인수하며 풍력발전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무렵 조선 산업의 위기가 닥치자 핵심만 남기고 전부 매각한다는 전략 하에 드윈드사를 헐값에 내놓았다. 나는 당연히 풍력을 남기고 조선을 매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기업은 패러다임 전환에 너무도 무디다.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산업과 풍력산업은 똑같은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용접부터 터빈장치까지 상당부분의 기술이 비슷하다. 누구 하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채 연명하기에 급급한 결정을 내린 현실이 안타깝다. 대우조선은 풍력산업이 후발주자로 출발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독일의 티센크루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풍력산업에서의 후발주자였다. 나는 이것이 앞서 말한 내공, 기초 체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해외 사례를 참고하며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오기출 사무총장은 1990년대 중반 시민단체 푸른아시아를 설립한 이후, 20여 년간 사무총장으로서 기후 변화 현장에 헌신하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오 총장은 기후 변화로 고통받고 있는 몽골과 미얀마 등지에서 환경 재건 사업을 펼치며 지구촌 기후 되살리기 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KSRN
김태경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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