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부·재계 첫 회동, 전경련·경총은 배제
재계와의 관계 개선 시도…전경련·경총에는 불편한 속내
2017-06-08 16:19:11 2017-06-08 16:45:1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 한달여 만에 재계와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회동에서 배제됐다. 정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물론 소상공인·유통상인연합회 등까지 챙긴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경련과 경총은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경총과도 조만간 만나겠다고 했지만, 이번 행보는 재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도 재벌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곳은 배제함으로써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중기중앙회와 대한상의를 차례로 방문했다.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소속의 김연명 분과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을 만나 각각 1시간여에 걸쳐 고용과 임금 등 현안을 이야기했다. 이날 일자리위원회도 박성택 회장을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와 유통상인연합회, 여성경제인협회의 각 회장들을 만났다.
 
그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출범 초부터 개혁의 날을 세운 나머지 "압박만 하고 소통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어야 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경총의 반발에는 국정기획위, 청와대, 민주당이 연쇄 경고하며 몰아붙였고, 이번 회동도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자 신분 때부터 서둘러 재계를 찾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일 만큼 늦다.
 
때문에 이날 재계와의 회동은 '기업 달래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국정 파트너 중 하나인 재계를 아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그간 서먹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위원장과 오태규 자문위원 등은 대한상의를 찾은 자리에서 "사회적 현안이 많아 차례로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일정을 짰고, 당연히 경제단체도 방문하려고 했다"며 "어쩌다 보니 노동계부터 만난 것이고, 마치 그쪽 이야기만 듣고 다른 곳 말은 안 듣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정부는 전경련과 경총은 배제해 눈길을 끈다. 전경련은 과거 '재계의 입'으로 통하며 역대 대통령들이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었지만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추락했다. 정경유착의 적폐가 드러나면서 회원사 연쇄 탈퇴와 해체론까지 직면했다. 정부는 재벌개혁의 대상인 전경련과는 당분간 만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장은 "이달 중 경총과도 만나겠다"고 말했지만, 전경련에 대해서는 끝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경총도 회동 순번에서 소상공인연합회보다 밀려나 정부와 재계 간 소통 창구 역할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한상의 간 간담회가 열렸다.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위원장(사진 왼쪽)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 가운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