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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최순실 의혹' 논란에서 한 여성 학생선수의 인권은 없었다
2016-10-25 16:37:59 2016-10-25 16:37:59
능력 있고 돈 많은부모를 둔 대가인가? 정치권과 대다수의 언론으로부터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어머니로 둔 한 여성 학생선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녀의 어머니 최씨는 지금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이와 관련하여 부정과 불법을 저질렀다는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에 대한 의혹은 그녀가 적을 두고 있는 이화여대(이대)의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로 번졌다. 급기야는 그녀의 개인 사생활 영역 일들까지 까발려지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최씨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라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누구라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정황이 보이고, 그 의혹이 사실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지나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의혹의 성격과 사회적 의미를 볼 때 정치권과 언론이 의혹의 단초가 되는 사안을 발견하고 공개하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최씨의 딸은 의혹의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다(아직까지는 그렇다). 따라서 나이 어린 학생선수 신분인 그녀에 대한 사정으로서 의혹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아니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제기된 의혹이 그 의혹으로 침해 내지 훼손이 회복할 수 없는 개인 경력이나 사생활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면 의혹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사정들에 대한 팩트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최씨의 딸과 관련한 이대 입학과 학사에서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모습을 보면 의혹의 근거로 주장한 사정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 확인 내지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거나 확인을 하였더라면 의혹의 근거가 될 수 없었던 사정들이 정치권과 언론의 무분별한 폭로로 국민들에게 의혹의 진실한 근거로 받아들여진 점은 아쉽다.
 
이대 입학 특혜 의혹으로 제기된 입시요강의 지원자격 규정을 어겼다는 내용이 대표적이었다. 최씨의 딸은 이대 입학 지원 이전 적지 않은 국내 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하여 이대 입시 요강에서 정한 입시원서 마감 전 개인종목으로서 3년 이내 국제대회 또는 전국 규모 국내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이라는 1차 서류전형 자격을 이미 갖췄다. 이대 입시 지원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의혹을 제기한 측은 최씨의 딸이 원서 접수 마감일(2014년 9월16일) 이후인 9월20일 획득한 2014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 수상 기록을 제출하여 입시 규정을 어겼다고 했다. 더군다나 개인종목개인전으로 오해해 단체전으로 금메달을 따 지원자격이 없다고 했다. 승마, 피겨와 같은 개인종목도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입학 특혜 의혹의 근거로 제기된 여러 사정들도 특혜가 사실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줄 수 있었지만 특혜를 사실임을 입증하기엔 부족했다. 물론 그러한 정황들을 들어 특혜 입학을 주장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러한 주장으로 최씨의 딸은 이미 이대 안팎에서 부정 입학 학생선수로 찍혀 앞으로 학생선수로 이대를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의혹 제기로 단죄가 돼버린 셈이다. 제기된 학사 특혜 의혹과 선수 활동 특혜 의혹은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선수로서 활동을 더 이상 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학사 특혜 의혹으로 제기된 여러 사정이 사실 그녀의 문제만이 아닌 국내 대학 체육특기자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바로 학사에 있어서 특혜가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한다.
 
그녀가 드러내지 않고자 했던 사생활이 최순실씨 의혹의 실마리가 되는 것 마냥 알려지고 있는 상황도 목격한다. 최순실씨의 딸이라는 사실과 의혹이 사실이라고 할 경우에 의혹의 달콤한 열매가 그녀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 그녀에게도 보호할 사생활과 인권이 있다는 항변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일까? 한 여성 학생선수로서 견뎌야 할 이 상황과 관련하여 그녀에 대한 여성계나 이대 동문 선후배의 측은지심을 볼 수 없는 사실은 스포츠인권의 가치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파적 견해에 종속적일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보여준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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