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전완식 한성대학교 융복합디자인학부장의 견해를 들어본다.
우리나라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법제도의 출발이 1980년대부터 진행됐고, 관련된 법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개선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방위산업 비리와 세월호 사건으로 나타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됐다.
그런데 과연 김영란법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많다. 입법과정에서 공직자 뿐만 아니라 교사,언론인 등 민간인들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많은 대상 인사들에 대한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문제다.
일반적인 치안사건은 외부로 노출되는 결과가 있으나 부정부패로 인한 청탁이나 금품의 수수 등은 외부로 노출되기가 어렵다. 또한 고도로 지능화 되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형태도 많다. 사건의 노출이 어려운 만큼 관련자가 함구하고 있는 경우 그 진상을 파헤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결국 현재의 사건 처리 방식으로는 실효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정부패로 인한 국민의 피해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의 피해의식을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봐야할 대목이 있다. 최근 어느 일간신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경제학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개개인의 전문가적 직업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궁극적 과제이겠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착하게 살자’는 도덕적 계몽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의 신념이다. 전문가의 행동을 제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료들의 압력’(peer pressure)이다. 전문가가 한 일은 같은 전공의 동료만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의를 일으킨 교수·변호사·회계사는 소수일 뿐이라는 항변은 알량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동료의 비행에 침묵하는 전문가(단체)는 그 자체로 공범이라는 인식 하에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올바른 처방이 아닌가 싶다. 기존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공무원행동강령의 실효성과 연관 시켜보면 알 수 있다. 부정부패와 관련된 세 개의 법을 비교해보면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에 비해 공무원행동강령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위와 지역으로 구분되는 공무원행동강령의 하위법은 거의 매년 개정안이 나오고 있다.
즉 전문가 집단이 서로 경계하는 관계에서만 자율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나 정치는 상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움직임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다. 특히 선거의 경우 상대에 대한 감시 수준은 사법망의 수준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예는 SNS에 나타나고 있는 ‘○○○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학교의 소식이나 교우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다가 대학 내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대나무숲’에 제보해 전 동문이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게 만든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는 부정한 청탁을 공직자에게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예외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세 개의 집단을 명시하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 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이 집단은 위의 설명으로 보면 경쟁, 경계, 견제, 제보를 하는 대상인데 이들을 예외로 하고 있어 제보나 자율규제시스템의 작동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김영란법을 70%의 국민이 지지하는 이유는 ‘부정부패로부터 벗어난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마음’ 에서다. 그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모호한 예외 조항을 개선해야 하며, 또한 자율규제시스템의 작동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같은 집단 내에서는 일정 기간마다 열람이 가능한 내사 시스템이 명시된 규제시스템 구조를 형성해야겠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시작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으로 마무리되는 동안 급조된 내용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에서 부정부패를 몰아낸다는 마음으로 입법부는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법의 성장을 이끌어 우리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떠 올릴 필요가 없는 공정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영란법 시행 첫 주말인 2일 오후 경기도의 한 골프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