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복싱의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리우올림픽 복싱 출전의 마지막 도전자인 신종훈 선수(인천시청)가 지난 9일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2016 APB·WSB 올림픽 선발대회 3·4위전서 레안드로 플랑크(아르헨티나)에게 0-3 판정으로 져 3위까지 주어지는 리우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신종훈 선수로서는 지난 런던올림픽에 이은 올림픽 2회 연속 진출에 실패한 것이고 대한복싱협회(이하 복싱협회)로서는 1984년 LA올림픽 이후 올림픽 연속 출전의 기록을 32년만에 끝낸 것이다. 대한민국 복싱이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구경꾼의 처지로 전락했다.
올림픽이라는 국제스포츠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국운이 걸린 대사도 아니고 올림픽 진출 실패가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지만 세계 각국이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고 대한민국 복싱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복싱이 침체일로에 있는 요즘, 복싱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복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리우올림픽 진출이 끝내 실패한 것은 복싱계로선 뼈아픈 상심일 것이다. 더군다나 복싱협회에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그간의 복싱협회의 처사와 신종훈 선수의 리우올림픽 도전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추어 복싱협회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그 후유증은 작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티켓이 걸린 국제대회엔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출전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선수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해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경우에 각 종목단체는 그동안 규정이나 이사회 결의로 국가대표 선수와의 경기 또는 추천 등으로 그에게 국가대표 선발의 기회를 부여해왔다. 신종훈 선수는 국제복싱연맹 징계 기간 중인 지난 12월의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복싱협회는 지난 5월 리우올림픽 티켓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49㎏급 국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신종훈 선수를 국가대표로 출전시켜야 한다는 복싱계의 목소리에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한 선수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복싱협회는 국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다른 체급의 선수에 대해선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한 선수를 대신해 그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시켰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체급에 걸쳐 리우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한 복싱협회는 이후 리우올림픽 티켓이 걸린 몇 차례의 국제대회에도 신종훈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복싱협회가 리우올림픽 진출에 대한 의지만 있었다면 신종훈 선수를 출전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신종훈 선수는 리우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2016 APB·WSB 올림픽 선발대회 출전도 대회 5일전 국제복싱연맹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 신종훈 선수는 감량 등의 문제로 사실상 대회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리우올림픽 출전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을 혈혈단신으로 건너가 하룻만에 2.9kg 감량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복싱협회는 과연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인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열망이 있었다 하더라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신종훈 선수에 대한 반감이 그 열망에 앞선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리우올림픽에 대한 열망에 있어서 신종훈 선수와 복싱협회는 분명 달랐고 그로 인해 리우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결과가 나왔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 플라이급(46-49kg)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신종훈이 시상대에 오르며 기뻐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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