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돌리기가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에만 큰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급한 대로 땜질만 해두는 미봉책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차기 정부 때 재앙으로 닥쳐도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최근 국가미래연구원 대담에서 정부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해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돌리려는 느낌을 준다”고 혹평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이 책임지고 있는 동안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하겠다는 유인이 크다”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다음 정권에서 경제위기가 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요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영학)는 다른 문제를 짚었다. 그는 며칠 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중 인구·소비절벽이 안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 인구절벽과 소비절벽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통일인데, 1년 반 동안에는 그 ‘절벽’에 닿을 리 없다고 판단해 남북관계를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진짜 폭탄을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영변이나 어디쯤에서 하나둘 늘어가고 있을 북한의 핵폭탄 말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서 핵개발을 포기하게 할 생각이 이 정부에는 없다. 허망한 통일대박론처럼, 입으로만 핵 포기를 외칠 뿐이다. 결국 점점 커져서 언젠가는 진짜로 터질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게 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치러야 할 정치·경제적 비용은 ‘핵폭탄급’이 될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을 백지화한 것도 일종의 폭탄돌리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여당의 텃밭인 영남권 민심의 절반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일단 피하고 봤다. 새 공항이 필요하면 다음 정권에서 결정해 보라는 것이다. 당장은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공을 넘긴 셈이다.
이런 폭탄들이 터지면 파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튄다. 재앙을 수습하기 위해 세금을 왕창 퍼부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도 있다. 가장 힘없는 이들부터 실직자로 내몰릴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온다면 국민들이 의지할 곳은 입법부, 국회밖에 없다. 달리 말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들이 정부 견제에 적극 나서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야당들은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미봉책을 쓰더라도 덜 위험한 방법을 쓰도록 해야 한다. 안 하느니만 못한 처방은 아예 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얘기한 “정부와 국책은행, 기업의 한국판 ‘철의 삼각동맹’에 대한 청문회”는 기본이다. 국정조사든 뭐든 정부의 위험한 발걸음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1년 반은 야당에 위기, 즉 ‘위태로운 기회’의 기간이다. 정부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국민들은 야당에 다음 정권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다면 정권교체는 없다. 1997년 한국의 구제금융 사태나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처럼 정권 말기에 폭탄이 터지길 기다려서는 더욱 안 된다.
황준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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