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헬싱키가 1938년 지은 올림픽경기장을 허물지 않는 이유는?
2016-06-12 12:00:00 2016-06-12 12:00:00
1952년 헬싱키 하계올림픽의 주경기장으로 사용됐던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하나다. 1920년대부터 핀란드가 꿈꿨던 올림픽 개최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1934년 2월 착공한 헬싱키 올림픽경기장 건설은 1938년 6월 완공됐다. 당초 헬싱키는 194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었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개최가 취소됐고 1952년 8월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당시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은 수용규모가 7만명에 이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의 하나로 평가받았다. 올림픽 이후에는 국내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핀란드인의 만남의 장소로 사용됐고 핀란드 국민으로부터 주변의 실내체육관과 함께 핀란드 스포츠를 상징하는 경기장으로 사랑받았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은 건물에도 해당된다. 그동안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에 대한 여러 번의 개보수가 있었다. 최근 가장 큰 현대화 작업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이뤄졌다. 1983년에 이어서 200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은 지금은 좌석수가 3만9000석으로 줄었다. 80년 가까이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문화 행사의 공간으로 핀란드인의 사랑을 받아온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이 또 다시 대규모 개보수 작업 중이다. 2016년부터 시작한 현대화 작업은 2019년에 마쳐질 예정이다. 외관은 거의 그대로 살리고 시민이 최대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행사가 치러지는 데 부족함이 없는 내부 시설 '리노베이션'이 주라고 한다. 원래 마라톤 선수에게 바닷가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라는 뜻에서 만든 72m의 타워도 헬싱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대로 둔다고 한다.
 
2015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GDP)이 5만 달러가 넘는 핀란드의 헬싱키가 80년 가까이 오래됐고 낡은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을 허물지 않고 외관은 살리는 현대화 작업을 하는 이유은 무엇일까? 경기장을 새로이 지을 경제적 형편이 안돼서일까, 아니면 개발보다는 환경 또는 유산보존이라는 가치를 더 우선해서일까? 헬싱키 올림픽경기장 인터넷 사이트는 리노베이션에 관한 안내 페이지에서 리노베이션 완료 이후의 멋진 모습과 함께 1952년 하계올림픽 등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했던 역사를 소개하면서 미래의 세대에게 헬싱키 올림픽경기장에 대한 현 세대의 열정과 그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적고 있다.
 
40년도 안 된 지금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잠실야구장을 구체적 재원 마련도 없이 '개발논리'로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하는, 과연 올림픽 유산으로 몇 십년 후에도 그 가치와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체면, 과시, 명분 때문에 올림픽 개폐막식에만 사용할 스타디움을 우선 짓고 보자는 마인드로는 헬싱키의 그런 행보를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다를 수 있겠지만 축구와 야구 경기를 본 국민의 눈물과 땀이 스며들고 선수들의 숨소리가 깃든 동대문야구장과 동대문축구장을 낡은 쓸모 없는 시멘트 덩어리로 생각하고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부숴버린 논리로는 그들의 마음을 읽기 어려울 것이다.
 
수십 년 후에도 헬싱키 하계올림픽경기장은 경기장을 방문한 핀란드 국민과 외국인, 특히 핀란드 어린이들에게 1952년 헬싱키 하계올림픽에 대한 핀란드 국민의 열정과 그 경험을 줄 것이다. 올해 헬싱키를 방문했으나 리노베이션 공사 중이라 입장하지 못한 필자도 리노베이션 완공 후 찾아 가 그들의 열정과 경험을 느껴 보고 싶다. 수년 후 잠실야구장과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리노베이션 공사 중인 헬싱키 올림픽 경기장. 사진/장달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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