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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부모 조기교육 욕심이 아이들 뇌발달 망친다
전문의 10명 중 8명 “위험”···학습효과도 낮아
2016-05-10 08:00:00 2016-05-10 09:17:24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대부분 국·영·수, 예체능 중 두 개 정도는 필수로 보내고 있어요. 우리 아이도 수학은 세살부터 했고 지금 다섯살인데 영어와 컴퓨터는 필수로 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진도를 나가고 있어요. 그래도 나중에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5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다.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거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기회가 되면 조기교육을 시키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때문에 아직 혼자서 밥을 먹지도, 옷을 입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한글이나 영어를 배우러 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조기교육 시기도 빨라져 만 2세 이하 어린이가 한글이나 종합학습지를 공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이 공부에 매어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 돼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을 반대한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결과 어려서부터 공부에 질린 아이는 결코 성적도 행복지수도 높지 않다는 것을 여러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은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의 발달 속도에 맞는 '적기교육'을 권하고 있다. 조기교육이 아이들 성장에 왜 부정적인지, 적기교육은 무엇인지를 유아교육 전문가인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의 도움을 받아 짚어봤다.
 
적기교육의 취지에 찬성하면서도 막상 머뭇거리는 부모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조기교육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적기교육의 효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조기교육은 유아의 발달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조기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의뢰해 소아정신건강 전문의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문의 10명 중 8명이 "조기인지교육은 영유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로, 답변(복수응답 가능)자 중 70%가 '학업 스트레스'를 꼽았다. '낮은 학습효과'가 60% 그 뒤를 이었으며, '창의력 저하', '학습에서의 자율성 저하'도 각각 50%를 차지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기인지교육의 유형으로는 '많은 사교육 가짓수'가 70%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 가짓수가 많다는 것은 아동이 성취해야 할 목표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모와의 유대나 또래와의 상호작용 등 아동이 그 시기에 획득해야 할 부분들이 희생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조기인지교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조기영어교육이다. 조기영어교육에 대해서도 전문의 7명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가장 큰 이유로는 '낮은 학습 효과'를 꼽았다. 반면 영유아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한 3명의 전문의 모두가 그 이유로 '영어능력의 향상'을 꼽아 조기영어교육은 학습적 효과 외에 정서적, 사회적 등 다른 발달 영역에서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영어교육의 유형 중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 형태를 질문한 결과, 소위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대상 영어전문학원이 60%로 가장 많았다. 유아대상 학원은 교육과정 대부분이 영어 교과로 진행되는데 영유아 시기임에도 단어시험, 문법 등이 과목을 가르치고 영어 교과가 아닌 수학, 과학 등의 교과도 영어로 진행되기에 학습자에게 심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교육과정은 통합이 아닌 교과목 중심의 분리수업으로 구성되는데 영유아 학습은 영유아의 흥미와 요구에 맞춰 통합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전인발달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전문의들은 판단했다.
 
영유아 시기에 과도한 학습환경에 노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살펴본 결과, 전문의 10명 모두가 '학습 스트레스에 취약해 문제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부모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판단한 전문의가 9명이었다.
 
조기인지교육을 경험한 아동 중 병원을 찾은 아동들은 정서적 발달에 가장 큰 문제가 있으며 특히 낮은 자신감(77.8%), 집중력 저하(66.7%) 등이 큰 문제로 꼽혔다. 대인관계 문제에 있어서는 부모와의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66.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 부모와의 관계 악화로 인한 또 다른 문제들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은 "뇌는 나이에 따라 부위별 발달 속도가 다르다"며 "20년 간 차근차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러 가르치기보단 성장과 발달 속도에 맞게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스스로 탐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2~4세는 머리 앞쪽의 전두엽과 변연계가 발달하는 시기로, 종합적인 사고와 도덕성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므로 바른 생활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다. 뇌가 가장 발달하는 시기로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을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즉, 듣고 만지지 못하는 암기 위주의 글자 교육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4~6세는 전두엽과 우뇌가 발달하면서 창의력과 사고 발달의 기초가 이뤄지고 정서 발달이 안정되는 시기이다. 대화를 통해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상황에 따른 정서적 반응에 대해 대화가 가능해진다. 부모가 일관되지 못한 양육이나 원칙 없이 기분에 따라 자녀를 대하면 아이의 정서 조절력과 언어적 표현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 창의력이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획일적인 생각이나 학습은 창의력 발달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이때 아이와 함께 그림이나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 발달에 도움이 된다.
 
6~7세는 언어를 담당하는 좌반구의 측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로 아이가 한글에 재미를 붙이면 어휘력과 문자 이해력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두정엽은 감각피질, 공간 인식,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하위 부위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 부위가 발달하는 7세 무렵은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기에 적기이다.
아이들은 점차 두뇌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두뇌 영역 간의 정보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유아기부터 뇌 기능의 통합과 연결을 통해 사고가 발달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개념을 다루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추상적인 논리를 펼 수 있게 된다.
 
이 교수는 "부모들은 내 아이의 두뇌 발달 단계, 배우고자 하는 준비가 돼있는지 등을 제대로 알고 교육에 임해야 한다"며 "각각의 발달 시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접목된다면 가장 효과적인 성장 발달을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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