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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생각을 자극하는 글쓰기 워크북
'글쓰기, 생각을 펼치다' 조남민 외 6인 지음 | 태학사 펴냄
2016-04-15 18:59:26 2016-04-15 18:59:57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글쓰기 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처음 예상과 달리 되려 사회 각 분야에서 글쓰기 능력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글쓰기는 이제 더 이상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와 소통하는 기본적인 기술로서 여겨지고 있지요.
 
하지만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글쓰기 교육'에 매진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교육이 하나의 자극이 될 수는 있겠지만 글쓰기가 과연 학습해서 되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인데요. 오늘 '뒷북'에서 소개할 책은 이같은 생각을 품은 분들에게 권할 만합니다. 책 '글쓰기, 생각을 펼치다'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표현하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내 생각을 펼치는 도구
 
이 책의 저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문리HRD학부의 조남민, 안대현, 정경민, 하정수, 정재영, 신선경,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손달임 등 7인인데요. 모두 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가르치고 있고, 특히 공대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요.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재미있는 글쓰기 책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합심해서 이번 '글쓰기, 생각을 펼치다'라는 책을 내게 됐다고 하네요.
 
이 책의 주요 타깃 독자는 바로 20대와 30대 젊은이들입니다. 아무래도 요즘 세대가 활자로 된 것을 많이 읽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단편적인 자료를 습득하는 데 익숙하고, 또 즉각적인 글쓰기에 빠져 있다는 게 저자들의 문제의식인데요. 그래서인지 글쓰기 책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잘 쓴 글을 인용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책은 1부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2부 관찰과 이해를 통한 글쓰기, 3부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글쓰기, 4부 미디어를 통한 세상 읽기, 5부 '나'를 드러내어 설득하기, 6부 바르고 당당하게 글쓰기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글쓰기 수준에 대한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것도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 될 듯합니다. 
 
글쓰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1부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부터 차근히 보면 좋습니다. 중간 중간 쉽게 잘 쓴 글의 예들이 인용되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직접 시도해볼 수 있는 연습문제도 곁들여지는데요. 가령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중 자신의 세 가지 열정에 대한 글을 3단 구성의 예시로 제시하고, 조선 후기 선비인 무명자 윤기의 글을 통해 중간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살짝 비트는, 동양의 4단계 구성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형식의 글들을 다양하게 다룸으로써, 마치 독자에게 글쓰기에는 '정답'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네요.
 
요즘의 글쓰기 환경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4부 미디어를 통한 세상 읽기 중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인데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미디어를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사를 논리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방법, 제멋대로의 비평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뚜렷하게 밝히는 노하우 등을 전하는 부분이 눈길을 끄네요. 글이 충분히 옳은지, 글의 파급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살피며 독자들이 인터넷 글쓰기와 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합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관해 자신이 쓴 글을 관련기사에 댓글로 달아보자는 연습문제가 흥미롭습니다.
  
이밖에도 세상과 소통하는 글쓰기의 중요성, 표현의 정확성과 글쓰기의 윤리를 강조한 대목 등이 인상적이네요. 또 부록으로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법 등에 관한 연습문제를 실어 실제로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꾸렸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수많은 글쓰기 책 중에서 이 책이 지니는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저자 중 대표로 정재영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고민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국어 선생이라고 해서 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털어놓은 정 교수는 "무조건 읽고, 강제로 쓰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편하게 글 쓰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모색하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막상 저자들이 글쓰기 교육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쓰기 책이 잘 팔리는 현상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좋은 것들이 있으면 배우는 건 좋은데, 무조건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해도 글이 잘 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섭니다. 정재영 교수는 "글쓰기가 교육받아서 될 일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서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힘이 크지 않으면 사실 쓸 수가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물론 '많이 읽자'고 닥달해서 될 일이 아니지만, 글을 잘쓰기 위한 기본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럼에도 글쓰기 책을 낸 이유 중 하나는 글쓰는 사람들이 소수가 되면 안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는 "글 잘 쓰는 지식인들이 양심껏 사물을 제대로 보면 좋은데 마치 기술만을 익힌 것같은 경우가 너무도 많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그런 데 대해 싫증을 느끼기보다는 자기가 먼저 좋은 책을 읽고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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