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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스토리)'알파고 현상', 자산관리 시장에도 파고든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확산중…종목매매·펀드투자·랩 운용까지
2016-03-10 12:00:00 2016-03-10 16:49:24
“개발자에게 존경을 표한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이세돌 9단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바둑뿐만이 아니다. AI 기술은 자율주행차량 등 운전, 주식투자,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금융시장에는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그 영역은 전자결제, 대출 등을 너머 자산관리(WM) 시장으로 이미 확산됐다.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 대표는 “금융에서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투자에서 적극성을 유지하는 소위 행동재무학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분석이 더해진다면, 알파고가 데이터에 집중했던 것처럼 치우치지 않는 결정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종 대표는 “금융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은 시장 도입 초기인데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곳이 있어 보안과 체계적인 리스크 매니징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세돌 9단 VS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첫날인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프레스룸에서
이세돌9단의 대국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공지능 WM, ‘로보어드바이저’ 이미 시작
 
저금리 기조 속에 포트폴리오 투자로 대변되는 자산관리는 고액자산가 중심에서 대중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핀테크 시대의 자산관리 모델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속속 내세우고 있다. 이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인 ‘어드바이저(Advisor)’를 합친 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핀테크 관련업계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서비스 출시에 한창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디셈버앤컴퍼니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투자하는 펀드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레이딩 플랫폼과 인공지능 엔진을 자체 개발한 회사다. 이에 앞서 NH투자증권은 자체 상장지수펀드(ETF) 자동매매 전략인 스마트인베스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QV 로보어카운트’를 지난해 말 출시하고, 투자 대상을 ETF에서 펀드, 채권, ETN, ELS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인 파운트와 MOU를 맺고, 내달쯤 정식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003450)도 지난달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자산운용서비스 ‘현대 에이블(able) 로보랩’을 출시했다.
 
관련 특허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유안타증권(003470)은 10일 빅데티어 기반으로 시스템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유망종목을 발굴하고 매매 타이밍을 제시하는 ‘티레이더(tRadar)’의 특허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은 이달들어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Cyber PB’를 오픈했다. ▲설문지 분석 ▲투자목적 분석 ▲시뮬레이션 ▲모델 포트폴리오 제안 ▲포트폴리오 제안 등 5단계를 거쳐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진단해 투자목적을 분석한 후 1대1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 자문형 신탁 방식 또는 ETF 자동매매 방식의 로보어드바이저와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올초 쿼터백투자자문과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쿼터백 R-1)을 출시했다. 쿼터백의 자체 알고리즘으 통해 6개 자산군, 77개 지역, 920조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대상을 선별한다. 운용 포트폴리오는 한국증시에 상장된 국내외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ETF, ETN이다.
 
금융 AI, 국내 시장 초기 “시스템 검증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시장이 형성된 초기인만큼 시스템에 대한 신뢰 마련이 필요한 단계라는 평가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2013~2014년 IT가 발달하면서 금융서비스에서의 모바일 앱 활용이 증가했는데, 상대적으로 자산관리WM 부문에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며 “올해는 WM부문에서 온라인 투자자문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보수 기반(fee-based)으로 시장이 진화하는 가운데 유료 투자자문 서비스에 익숙지 않았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자자문과 투자 플랫폼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경진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은 기존의 광범위한 리테일 고객 대상에서 나아가 일정 기준에 의해 특화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세분화된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 진화로 사용자의 개입 없이 미리 프로그램된 목적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자율주행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승종 대표는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한다면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검증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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