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후보 뽑기 콘테스트 몰두하는 한국 정치
2016-03-08 06:00:00 2016-03-08 06:00:00
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허탈하다. 여야 할 것 없이 4·13 총선에 온 정신이 팔려 정치는 안중에 없고 정치공작만 일삼고 있는 듯하다. 각 당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물갈이에 나섰고, 그 물갈이는 우스꽝스런 면접시험까지 등장시켜 진풍경을 연출한다. 더 한심한 것은 여당 공천을 둘러싼 친박·비박 갈등이다. 눈에 가시인 특정 정치인들을 아웃시키기 위해 친박이 공천에서 탈락시킬 비박 의원들의 살생부를 만들었다는 언론 보도. 그 진위를 둘러싸고 옥신각신 하느라 야단들인 의원들의 초라한 모습. 정치 엘리트가 하는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들은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를 할 자격은 정말 있는 것일까?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란 ‘폴리스의 공동 이익을 위한 통치’라고 정의했다.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의 것을 실현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다. 따라서 정치란 선거를 승리로 이끌 후보를 뽑는 콘테스트가 아니라 국가가 당면한 현안들과 맞서 싸워 국민을 보다 행복한 곳으로 이끄는 통치(gouvernement)다.
 
프랑스는 어떤 정치를 모색하고 있는가? 임기 14개월을 코앞에 둔 올랑드 정부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지난 2월11일 올랑드 대통령은 내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마지막 개각을 단행했다. 새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실업과의 전쟁을 일관성 있게 치르기 위해 소폭의 변화를 주었다. 장관 교체는 4명에 불과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그날 밤 프랑스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2명의 기자를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개각의 취지를 밝히고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번 개각이 2017년 대선 캠페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뾰족한 질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단칼에 “Non"이라고 답하고, 그와는 다른 세 가지 큰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첫째는 프랑스인들의 보호, 둘째는 고용창출, 그리고 셋째는 파리기후협약(COP21)의 이행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남은 임기 14개월간 어떤 정치적 야합이나 흥정 없이 개혁을 이어나가 프랑스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전념할 것임을 확실히 했다.
 
2017년 대선 후보로 사회당 경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오면 한다. 그러나 아직 그 순간이 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우선 내가 할 일은 앞으로 전진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개혁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프랑스인들이 국가가 통치하고 있고, 책임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임을 다짐했다. 통치는 저버리고 선거 승리를 위한 공작만을 일삼는 우리 지도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금 북핵 문제, 노동개혁, 그리고 청년실업까지 프랑스에 버금갈 정도로 정치·경제·사회·외교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청와대나 국회가 오로지 총선에 올인해 목숨 걸고 싸운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한국 정치인들이여, 진정 총선을 한판의 멋진 게임장으로 만들고 싶다면 유권자의 눈을 속이는 포장에만 전념하지 말고, 정치의 본질을 건드리는 통치에 매진하라. 정치는 목전의 이익이 아닌 좀 더 큰 대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명분이 서고, 민심의 지지를 받는 법이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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