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안함 논쟁은 '표현의 자유' 영역"
"명예훼손 인정"…신상철 전 대표에 집행유예 선고
2016-01-25 18:59:47 2016-01-25 19:00:26
이른바 '천안함 침몰 조작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상철(58) 전 서프라이즈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5년 6개월 만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흥권)는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국방부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결론적으로, 천안함은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되어 침몰했고, 여기에 사용된 무기는 북한에서 제조된 CHT-02D 어뢰, 또는 그와 같은 계열의 어뢰"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은 실종자들이 생환함으로써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의로 생존자 구조와 선체인양을 지연했다고 적시한 게시글과 국방부장관이 선체 함미 좌현의 스크레치 흔적을 지우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게시한 글은 허위의 사실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라며 유죄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죄가 인정된 2개 글 외에 나머지 32개 게시글에 대해서는 공익적 사항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논쟁이 허용되어야 하고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할 영역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 발표와 다른 침몰 원인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글에 대해 재판부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고, 사고 원인과 조사과정, 기타 군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그것이 우리의 대북 정책과 국제관계에 커다란 정치적·외교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까지도 고려하면, 그 공공적·사회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공적 관심 사안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되므로, 국민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이를 분석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런 의견들이 공론의 장에서 상호 검증을 거침으로써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정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안함 사건 초기 대응과정에서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과 일부 부정확한 정보 제공 때문에 피고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 상당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천안함 침몰 원인 판단은 과학적 분석과정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분석 과정이 합리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쉽사리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논쟁 자체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위촉되었던 피고인이 한 행위이기에 당시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무고함을 강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이 사건은 침몰원인 등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피고인의 지나친 과욕과 반대되는 정파와 군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부른 경솔한 행동에서 비롯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2010년 4월 천안함의 침몰원인과 실종자 수색, 구조과정, 합조단 조사과정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천안함 침몰은 좌초 때문인데도 정부와 군이 북한 어뢰 공격인 것처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합조단 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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