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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평등을 말한다…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세상
성장 과실 독점에 양극화 심화…소득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으로
2015-12-16 07:00:00 2015-12-16 16:08:52
경제가 어렵다 못해 바닥이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안 보이고 믿었던 수출마저 주춤하며 성장이 정체됐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 밑으로 전망했다. 이조차도 하향 조정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한파는 민생에 깊게 불어닥쳤다. 이미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한 터라 생존이 지상과제가 됐다. 퇴직 후 자영업에 나선 이들은 얼어붙은 체감경기에 하나둘 현장을 떠나고 있다. 폐업한다 해도 빚만 남는 사실상의 파산이다. 양극화도 심화됐다. 불평등에 기인한 양극화는 중산층의 붕괴를 불러왔고, 이는 소비 부진 등 내수 침체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불평등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는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전체 소득계층 가운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비율을 통해 빈부 격차를 가늠하는 지표다. 값이 0과 1 사이에서 표시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한 상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990년 정부가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한 이래 지난해까지 0.021 상승(1990년 0.256 → 2014년 0.277)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지니계수가 한때 0.295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상대적 빈곤율)도 7.1에서 10.8로 3.7 증가했다.
 
이는 소득의 불평등에서 비롯됐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 197조7120억원이었던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에는 1485조780억원으로 651배 급증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소득 상위 10%의 실질소득이 112.4% 늘어날 때 하위 10%의 실질소득은 44.8% 오르는 데 그쳤다. 절반 이상의 소득 격차다.
 
성장의 과실이 소득 상위계층에게만 돌아가면서 경제의 근본체질도 허약해졌다. 정부와 기업이 줄기차게 공언한 낙수효과는 독점의 다른 말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증가율을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1990년대 기업소득 증가율(6.6%)과 가계소득 증가율(5.5%)의 격차는 1.1%포인트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7.1%)보다 한참 낮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가 되면서 기업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의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진다. 재벌 독주가 빚은 부작용이었다.  
 
급기야 기업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뛰어넘었으며, 정부 재정(조세수입)은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부자 감세로 인해 한층 악화됐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기업이 독차지한 것도 모자라 정부가 조세와 지출을 통해 기업과 가계의 불평등을 완화할 여력까지 뺏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산 불평등에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전체 가구의 자산을 최하위 20%부터 최상위 20%까지 5분위로 나눠 평균 자산과 연간 평균 소득을 비교한 결과, 자산 최하위 20%의 평균 자산은 2845만원(연간소득 2058만원)인 데 반해 최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9억8223만원(연간소득 8449만원)이었다. 최상위 20%의 소득은 최하위 20%보다 4.1배 많았지만 자산은 34.5배나 차이가 났다. 최하위 20%는 소득 대부분을 생계에 지출, 자산을 일체 불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최상위 계층의 자산에는 금융이나 부동산 등으로 불린 불로소득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월급에 의존하는 여타 계층과는 달리 소득의 통로가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산 최하위 20%는 소득 중 재산소득(이자소득, 배당금 등)이 평균 0.3%에 불과하지만 자산 최상위 20%는 평균 9.1%에 이르렀다. 부동산과 거주 주택 등 실물자산도 자산 최하위 20%는 평균 1188만원인 데 반해 자산 최상위 20%는 평균 7억5978만원에 달했다.
 
재산은 자식으로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부의 불균등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수저·흙수저 논란은 이 같은 불평등의 구조에 기인했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산은  자식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물려주기 때문에 재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재산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사는 소수의 부자와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절대 다수로 분할된다"고 경고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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