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양극화 확대에 대응하는 금융의 자세
2015-11-19 06:00:00 2015-11-19 06:00:00
양극화 범람의 시대다. 우리사회의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나 부(富)의 양극화는 이미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버렸고,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양극화는 단골메뉴가 되어버렸다.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간에도 양극화는 뚜렷하게 관찰된다. 갈수록 벌어지는 기업과 가계간의 성장격차, 그리고 기업과 기업간의 실적격차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양극화라는 시대적 메가트렌드에 휩쓸려 매몰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양극화는 사회계층간의 불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요인이다. 그리고 양극화는 한번 시작되면 고착화됨과 동시에 점점 더 극단으로 몰리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진다. 최근 들어 ‘흙수저’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평범한 이들을 지칭하는 것인데, 부의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다가 자식세대로 전이되어 심화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준다.
 
양극화가 가진 중요한 문제점은 건전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흙수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서 알 수 있듯이 양극화는 사회계층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더욱이 양극화가 고착화되면 계층간의 이동이 사실상 막히게 되어 상대적 박탈감은 절망으로 변질되는데, 대개의 경우 이런 절망감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어 사회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21세기 자본론'으로 유명한 피케티(Thomas Piketty)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디턴(Angus Deaton)과 같은 세계의 석학들이 양극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해결책 모색에 매달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극화의 해소는 매우 지난한 작업이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서 인력투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자본투입량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양극화를 부추기는 구조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도 그러하였듯이 미래 사회발전의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양극화의 해소를 위한 시도는 기술발전과 상충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부유층 과세확대를 통한 복지 프로그램 강화 정책은 폭넓게 논의되는 양극화 해소방안중의 하나다.
 
금융은 양극화 현상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다. 금융이 돈의 흐름을 쫓아가는 산업이다 보니 양극화가 매우 민감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에서의 양극화는 부유층에 대해 더욱 호의적인 금융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해 더 좋은 조건으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금융의 양극화는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금융회사가 재무상태와 이익창출능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해당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조건과 규모를 결정하다 보면 대기업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은 이러한 자금공급체계를 감안하더라도 서민과 중소기업의 접근자체가 상당히 제약받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를 줄여가기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다양화하는 방안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혹은 부유한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나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계획이 있다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경로들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기존의 금융채널로는 자금을 공급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경로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개인대개인(P2P) 대출을 중개하는 방식도 금융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확대시킬 수 있으므로 건전한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금융은 자금의 흐름과 배분을 결정하는 산업이기에 양극화의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머릿속에 담긴 혁신적인 생각이 성공에 더욱 중요하다는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금융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공급경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양극화된 계층의 어느 쪽에서 더 많이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금융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금융이 유연해질 때 다가올 세대들은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