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하늘길 '완전경쟁' 시대 열릴까?
잇단 항공자유화 협정..저가항공 진출 가능성 ↑
2009-06-28 14:55:30 2009-06-28 16:40:14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내의 저가 항공사들의 해외 '하늘길'이 속속 열리기 시작하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노선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동남아와 중국, 일본 노선에서 저가항공의 대대적 진출이 임박해, 국내항공사업에 새 판이 짜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항공업 관련 애널리스트들도 항공자유화협정, 즉 '오픈 스카이'가 항공업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주병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 스카이를 통해 저가 항공사들의 수익성 높은 해외 노선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들의 수익을 상당 부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속속 열리는 하늘길..치열 경쟁 예고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에 항공사가 취항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들이 항공협정을 맺어야 한다. 정부가 1년 동안 몇 척의 항공기가 몇 번 운항할 지 등을 결정한 뒤, 항공사들에 이를 분배한다. 그래서 후발주자인데다,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저가항공사들이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지면, 항공사들은 더 이상 정부의 통제 없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고 싶은 수요가 있다면, 이를 바로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과는 도쿄를 제외한 지역에 대해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진 상태다. 중국과도 내년 전체 지역을 개방하는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을 방침이다. 무엇보다 내후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되면 국내 항공업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따르면 오는 7, 8월 성수기의 여행객 중 30% 이상이 동남아로 갈 계획이다.
 
그동안 이들 노선들은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해 왔지만, 저가항공사들의 진출이 본격화하면, 값싼 항공권을 선호하는 승객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항공사들이 승객 및 수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 대형사들 견제 움직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여행업계에 압력을 넣어 저가 항공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저가항공 국제선 노선을 이용하기로 계약을 맺은 여행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 해지 압력을 넣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이번 압력이 워낙 교묘하게 이뤄져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저가항공사 티켓을 사지 않으면 자신들의 티켓을 더 좋은 조건에 팔겠다고 제안하는 형태여서 제재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행업계는 대형항공사들의 이런 저가항공 견제가 더욱 강도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여행사들로서는 이런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며 "이런 행태가 앞으로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 '선의의 경쟁'이 상생의 길
 
대형항공사가 비교도 안될만큼 적은 규모의 저가항공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국내 항공업계에 지각변동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대형항공사들도 이미 이런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저가 항공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한 운항과 서비스 고급화를 미래 전략으로 내걸고 확실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여타 저가항공사들과 경쟁하는 것도, 승객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을 독주해온 대형 항공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저가항공사들의 시장진입을 막는 데만 급급한다면 오히려 해외노선의 주도권을 저가항공에 넘겨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가항공사들도 지금처럼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내세우며, 안전과 서비스 등에 대한 업그레이드 노력을 게을리 할 경우, 도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중·근거리 해외노선에서 대형사들과 경쟁하려면 안전에 대한 우려와 저급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며 "저가항공과 대형항공사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우리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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