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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인선' 인권위원장 "대통령 사유물로 전락"
새정치 부좌현 의원 "인권위 위상 추락, 국제 망신"…시민사회도 반발
2015-07-28 16:13:26 2015-07-28 16:13:26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성호(58)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하면서 '밀실 인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기구 권고안에 어긋나 인권위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2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여러 차례 불투명한 인권위 인선 절차를 지적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귀를 막고 '깜깜이·밀실 인선'을 했다"며 "인권위가 정권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사회 각계각층 인사가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투명성과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후보자는 6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현병철 위원장 후임으로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다"며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제 인권 기준에 맞지 않은 인선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투명성과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부 의원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가인권기구의 모범'으로 불린 인권위 위상이 추락한 원인은 투명하지 않은 인선 과정"이라며 "ICC는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인권위 등급 심사를 보류하는 사실상 '등급 강등' 조치를 취했다. 이는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1년 출범 이후 ICC로부터 A등급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3월과 10월, 그리고 지난 3월 연이어 등급심사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원 선출 방식의 불투명성과 다양성 부족, 자격 문제 때문이다. ICC는 최근 인권위에 "투명하고 참여적이며 자격에 기반한 인권위원장 선출에 노력하길 독려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인권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09년 현병철 현 위원장 취임 때에도 자질 시비가 불거졌다. 2012년 법 개정으로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지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다시 현 위원장을 자리에 앉혔다.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인권위원장의 조건' 토론회에서 "현 위원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인권위원장 임명권은 대통령 사유물로 전락했고, 인권위 품격은 완전히 해체됐다"고 지적했다.
 
ICC 권고 내용을 반영한 법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이 지난 2013년 11월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인물인데도 공론화나 의견을 듣는 과정조차 없었다"며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지난 21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한 청와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인선 절차 없는 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인권위원장 인선 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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