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그들은 어떻게 삶의 터전을 빼앗겼나
입력 : 2015-07-27 09:54:31 수정 : 2015-07-27 13:55:3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1970년대 잠실을 기억하시나요? 1970년대 초만 해도 잠실에는 뽕나무가 가득했고 잠실도, 부리도, 무동도라는 섬들이 있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송파강 매립공사가 진행되면서 강도 섬도 사라졌고, 지금의 아파트촌이 만들어졌습니다.
 
연극 <순우삼촌>은 1973년 여름, 잠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잠실이 아직 섬이던 시절, 참외농사를 짓고 뱃사공이 노 젓는 뗏목으로 강을 건너던 시절의 이야기로 극은 시작합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섬이었던 잠실이 '강남땅'으로 바뀌게 됩니다. <순우삼촌>은 땅값이 거품처럼 오르는 이 과정에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에 주목합니다.
 
연극 <순우삼촌>(사진제공=플레이포라이프)
 
개발 전, 마치 시골 집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노총각인 농부 순우가 미국에서 유학 중인 형 건우의 유학자금을 대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우의 딸이자 엄마 없는 지숙도 순우삼촌과 함께 고생 중입니다. 둘은 참외농사를 짓고, 뗏목용 노를 만들면서 집을 건사해나갑니다. 그러던 중 건우가 유학 중에 만난 루시라는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요. 건우와 루시의 방문 이후 집안의 분위기는 서서히 바뀌어갑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라고요? 맞습니다. <순우삼촌>은 안톤 체홉의 <바냐아저씨>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입니다. 원작에 대한 김은성 작가의 꼼꼼한 해석과 한국적 변용이 돋보입니다. 김 작가는 이 방면의 재능을 이미 여러차례 검증받은 바 있는데요. 그동안 <로풍찬 유랑극장>(쇼팔로비치 유랑극단), <달나라 연속극>(유리 동물원), <뻘>(갈매기) 등을 재창작하며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한편, 원작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게 하는 데도 기여했지요.
 
<순우삼촌>은 2009년 서울시극단에서 초연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이은성 작가가 소속된 극단 달나라동백꽃과 서울시극단 시민연극교실에서 출발한 극단 두비춤이 힘을 합쳤는데요. 그러다보니 프로와 아마추어 배우가 뒤섞여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극은 생각보다 잘 굴러갑니다. 일부 연기에서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극의 흐름이나 관객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프로 배우들이 아마추어 배우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롯이 배우로 인정하며 함께 연극을 만들어나간 덕분입니다.
 
바냐아저씨의 농장처럼, 순우삼촌의 삶의 터전도 결국 팔려나가게 되는데요. 개발 논리가 삶의 방식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끔 합니다. 대도구를 가변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벽이었다가 마루가 되고, 마지막에 뗏목의 이미지로 형상화되는 과정이 마치 점차 난파되어가는 삶을 빗댄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작품명: <순우삼촌>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날짜: 7월26일까지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나볏

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