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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우수전투병’ 수류탄 자살시도 은폐의혹
군 “가혹행위 없었다” vs 한 달 만에 깨어난 병사 “수류탄 입에 물라고”
2015-06-04 15:12:32 2015-06-04 15:12:32
군 가혹행위나 총기사고 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우수전투병’으로 자원입대한 육군 사병이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 군 당국이 진상규명보다는 사건은폐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1월 인천 모 부대에 입대한 설모 이병은 지난 4월5일 새벽경계근무 중 수류탄을 터뜨려 온몸에 수백 개의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사건 발생 닷새 뒤 설 이병의 부모는 군 수사당국을 찾아갔지만 구타나 욕설 등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설 이병은 지난 달 12일 한 달여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고, 군 수사당국에 사수인 선임병으로부터 상습적인 구타와 욕설에 시달렸고 심지어 “안전핀을 뺀 수류탄을 입에 물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설 이병의 부모는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병대 수사 단계에서 피해부모를 앉혀놓고 거기에서 자살운운하는 그런 행위를 했다”면서 “그리고 도리어 군용물 훼손죄를 언급하면서 입건할 수도 있다는 그런 엄포성 얘기도 하고...정말 기가 막혔다”고 밝혀 군 당국의 사건은폐 시도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현재 설 이병과 선임병의 주장이 상이하다. 거짓말 탐지기도 동원해 선임병을 조사했지만 1차 검사에서 정직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수사기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군 검찰에 송치한 상황으로, 군이 이번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겠다”고 해명했다.
 
우수전투병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명칭도 바꿨다”면서 “어떤 제도에도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니 더욱 보완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답했다.
 
우수전투병은 지난해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각종 병영내 사고예방을 위해 육군이 도입한 제도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최전방의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해안부대 등에서 복무할 병사를 해병대와 같이 자원병으로 채우겠다는 시도로 자신의 뜻과 다르게 전방 근무지에 편성돼 원치 않는 근무로 병영내 갈등과 인명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지난 5월 11일 해병대 1197기로 입영하는 장병이 가족의 손을 잡고 연병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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