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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철학'과 '나'를 연결하는 '철학자의 연애'
'철학자의 연애' | 김선희·박승억·유원기·이광모·이왕주·최훈 지음 | 바이북스 펴냄
2015-05-29 12:00:00 2015-05-29 12:00:00
철학자라고 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철학자도 사람이지요. 사랑을 마치 열병처럼 앓으며 마음 고생한 사람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철학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모은 책, ‘철학자의 연애’가 오늘 뒷북에서 소개할 책입니다.
 
사르트르, 하이데거, 니체 등 인류의 지성사를 뒤바꿔 놓은 철학자들이 등장해서일까요. 책 속에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랑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뭔가 다르긴 다릅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의 사랑이 그저 두 사람만의 사랑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책 ‘철학자의 연애’에서는 사랑을 해도 남다르게, 철학적으로 했던 철학자들의 6가지 연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철학자들의 짜릿짜릿한 연애 이야기
  
총 여섯 명의 저자는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를 펼쳐놓는데요. 사랑의 상처를 겪으면서 더 심오한 수준의 철학을 열어간 철학자들만 쏙쏙 뽑아 소개했습니다. 책에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하이데거와 아렌트, 셸링과 카롤리네, 밀과 해리엇, 니체와 운명애(운명과의 사랑을 뜻합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등의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필자들이 모두 대학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경쾌한 문체의 글을 선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 철학자와 그 사상에 대한 전문지식이 '연애'라는 달콤한 키워드로 읽기 좋게 묶였습니다.
 
상아탑의 지식인들이 철학 자체가 아닌 철학자의 연애를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왕주 부산대 교수는 이 전에도 대중적인 철학책을 여러 차례 내놓은 적이 있는데요. 이 교수는 철학이 대중과 일반 독자에서 멀어지는 이유를 "문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문체의 리듬감 때문에라도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철학책을 쓰는 게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계속해서 대중적인 철학책 쓰기에 도전 중입니다.
 
"'철학자의 연애'라는 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철학자들이 연애 사건을 통해 어떻게 살았는지, 또 연애 사건을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맡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이야기의 경우 초점은 세속적 연애나 발칙한 사랑 그 자체라기보다는 철학을 하면서 사랑을 어떻게 승화시켰고, 또 그 상처는 철학의 글쓰기로 어떻게 남겼는지에 맞춰졌습니다. 단지 연애가 아니라 그것에 깃든 철학적 고뇌와 흔적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삼각관계를 일삼았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랑 방식은 '트리오의 실존사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트리오(trio)'라는 개념은 결국 단 둘이 나눈 사랑이 아니라 타자를 경유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의 말에 따르면 "사랑 자체를 치열하고 한 차원 다르게 승화시키는 철학체험으로 견인한 것"인데요. 평생 타자를 받아들이고 견뎌내면서 상처를 승화시킨 이 전략의 증거가 바로 둘 사이 평생 지속된 파트너십입니다. 철학의 모습과 사랑의 모습은 이처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여기 나온 철학자들의 책을 모조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사를 엿보고 나니 왠지 모르게 이제는 그 사람의 모든 생각을 다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용기가 생기거든요. 그것이 아주 어려운 철학사상일지라도 말이지요. '철학자의 연애'는 이처럼 '철학'과 '나'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여러 명이 나눠서 집필한 까닭에 필자들 저마다의 개성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철학자들마다 누군가(혹은 무엇)를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듯, 그 사랑을 바라보는 저자들의 방식이 또 제각각 다르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철학자의 연애'만큼이나 뜨거운, '철학자를 향한 저자들의 연애(사랑)'를 느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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