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정리해 보여드립니다.>
"뛰는 달러 위에 유로가 올라탔다"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글로벌 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패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폭락했다. 양국 통화가치가 같은 비율로 교환되는 '패리티'시대도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은 세계 경제 판도 흐름도 바꿔놓고 있다. 유로존은 유로 하락을 발판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으며 잘나가던 미국은 달러 강세에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신흥국은 자본 유출과 기업 부채때문에 달러 강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각국이 다른 고민을 안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환율 대전쟁이다.
■유럽
▶유로 12년來 최저..패리티 '임박'
◇유로·달러 환율 (차트=Investing.com)
유로화와 달러의 교환비율이 동등해지는 패리티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대비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5% 떨어진 1.0495달러까지 하락 했다.
달러/유로 환율이 1.05달러 선을 밑돈 것은 200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부터 매월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12년래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도이치뱅크는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패리티를 넘어 2016년 말 1유로당 90센트, 2017년 말 85센트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수출 기업들은 신이났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로 가치가 0.2유로 절하 될 때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5% 증가한다”고 전했다.
▶ECB, 양적완화 첫 3일간 98억유로 국채 매입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실시 후 첫 3일간 총 98억유로어치의 국채를 매입했다고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꾀레 이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예상 가능한 정기적인 방식으로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ECB는 지난 1월 매월 600억유로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9월까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CB는 이번 주 9일부터 국채매입을 실시했다. 꾀레는 유로존 경제회복세가 힘을 얻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을 중단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CB, 그리스에 긴급유동성지원(ELA)한도 6억유로 또 증액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6억 유로 확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에 대한 ECB의 ELA 규모가 총 6940억 유로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긴급유동성지원 기간을 2주 연장하고 지원한도를 650억 유로에서 683억 유로로 늘린 데 이어 한 차례 또 증액한 것이다.
지난달 ECB는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그리스 은행권에서는 유동성 위기감이 커졌다. 그러나 ELA를 통한 자금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그리스 은행의 숨통이 트인 셈이다. 하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채권단과의 갈등은 여전한 데다 예금인출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은행권의 생명줄 연장 요청은 또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IMF총재 "엇갈린 통화정책..세계경제 위험하다"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대규모 추가완화를 시행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서로 엇갈리는 통화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라가르드 IMF 총재는 "엇갈린 통화정책에는 더 많은 변동성이 생기기 마련이며 통화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달러표시 채권을 광범위하게 발행한 나라나 기업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상황도 상이하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과 영국 경제는 회복하고 있으며 유럽은 전환점에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은 성장 둔화, 러시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다. 과거 글로벌 경제를 이끌었던 신흥국이 이젠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슈퍼 달러'시대..美소비자는 '득' 기업은 '실'
◇달러인덱스지수 (차트=Investing.com)
주요국이 앞다퉈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달러가치가 오르는 이른바 '슈퍼달러'시대가 도래했다.
1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달러화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지수는 99.73을 기록, 100선 돌파를 앞에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은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화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유로를 처분하고 안전한 달러를 사들인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용지표 호조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거론하면서 가치가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달러 강세는 미 소비자에겐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어 득(得)이 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실(失)이다.
수입국에서 달러로 결제할 때 부담이 커져 수출이 어렵게 된다. 샘 스토발 S&P캐피탈IQ 수석전략가는 "달러 강세로 S&P500 기업 순익 전망이 연초 9%에서 1.1% 증가로 급감했다"라고 우려했다.미국은 내수 비중이 70%로 절대적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와 셰일가스 등 제조업과 수출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만큼 달러 강세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베일 벗은 애플 워치..이벤트 주인공은 '중국(?)'
9일(현지시간) 애플의 신제품 '애플 워치'가 공개됐고 이후 애플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시장의 반응이 어땠는지 짐작케하는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 워치는 기본형이 300달러대고 소재에 따라 최고 1000달러, 금으로 만든 고급형은 1만달러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전세계적으로 1500만대가 팔려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스마트워치와 달리 혁신적인 기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번 이벤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시장 공략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넘어서는 애플 구매력 1위의 국가다. 애플 워치의 성공 여부는 중국 시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으로 만든 제품과 출시 발표에 앞서 나온 동영상에서 중국내 애플 매장이 등장한 것은 모두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한 셈이다.
■아시아
▶中인민은행 총재 ,연내 금리자유화..완화조치는 글쎄
중국이 올해 은행의 예금금리 상한선을 철폐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이미 예금금리의 상한선을 1.3배로 높였으며 예금금리 자유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연내 금리 자유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3년 7월 대출금리 하한을 철폐했으나 예금금리는 상한을 두고 제한해왔다. 저우 행장은 다만, 통화정책 완화 전망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가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기조를 바꿀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광의통화(M2)를 주목했는데 전일 발표된 M2증가율은 12.8%로 예상치 11%를 웃돌았다. 유동성 흐름이 예상보단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본다면 당장 인민은행이 완화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中엔진 꺼졌다..경기지표 '쇼크' 수준
중국경제를 이끌던 성장엔진이 꺼진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세 지표가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전년대비 6.8%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망치 7.8%를 밑도는 수치며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저다.
이 기간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도 부진했다. 소매판매는 10.7% 증가해 전망치인 11.7%를 밑돌았고 고정자산투자는 13.9%로 이 역시 기대(15%)에 못미쳤다.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말 이후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중국 경기지표가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中 2월 물가 1.4%..춘절 빼면..디플레 여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였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9%는 물론 전월 0.8%을 앞지른 것이다. 지표로만 보면 디플레 우려는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생산자물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는 전월대비 4.8%하락했다. 로이터가 사전집계한 전망치 -4.3%보다 하락폭이 더 확대됐고 36개월째 마이너스 수준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2월 중국에는 최대 명절 춘절이 있었다. 이 기간 최대 인구가 이동하면서 운송비용과 농산물 가격이 껑충 뛰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실제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0.9%로 5년래 최저상승률을 기록했던 1월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생산자물가하락은 더 가팔라지고 있으니 디플레 우려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당국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플러스를 유지할 것이란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이를 볼 때 이르면 3월이나 4월 물가상승률은 재차 0%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환율전쟁에 뛰어든 한국..사상최저 금리
한국은행이 결국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12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연 1.75%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은은 "국내수요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수 진작 효과는 의문이라며 원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엔화 약세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은 최근 유로 약세까지 겹치면서 경기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유로화는 원화대비 10%나 하락했다.
이제 금리를 인하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갈수록 불어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내수산업을 키우고 가계빚을 줄여서 경제 체질을 개선시키지 않는 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같은 딜레마는 지속될 것이다.
명정선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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