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뛰어난 표현과 상상, 그 다음은?
연극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
2015-02-02 07:50:49 2015-02-02 07:50:4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비곗덩어리’ ‘목걸이’ 등의 단편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 기 드 모파상. 1850년생인 이 작가는 1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00여 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소설, 3편의 기행문과 1편의 시집을 남겼다. 다작의 작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타고난 묘사력 때문일까. 모파상의 소설은 1870~1890년 프랑스인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대 사회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파상의 소설이 연극으로 탈바꿈해 2015년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4편을 엮어 만든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는 냉정하면서도 유머감 있는 모파상 특유의 매력을 배우의 몸을 적극 활용해 풀어보이는 작품이다.
 
(사진제공=양손프로젝트)
 
양손프로젝트가 고른 작품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29호 침대’, ‘전원비화’, ‘목가’ 등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목가’에서는 배우 양종욱과 양조아가 호흡을 맞추고, ‘29호 침대’와 ‘전원비화’에는 각각 양종욱, 양조아가 단독으로 연기한다.
 
이 단체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소설을 무대로 옮긴 바 있다. 그동안 탄탄한 줄거리의 작품을 기반으로 하되 배우 각자의 개성과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28일 찾은 공연장도 만석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크리스마스 이브’. 즐거운 추억은커녕 50프랑의 빚만 안기고 해골 같은 몰골의 창녀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계기가 된 악몽 같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린 작품이다. 소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의자 2개, 화려한 검정색 외투 한 벌뿐이지만 무대는 시작부터 꽉찬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무대를 채우는 주된 방법으로 택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목소리다. 두 배우는 중간중간 다양한 캐롤송을 부르면서 여러 캐릭터들의 감정을 담아 내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9호 침대’에는 한 군인이 등장한다. 1870년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을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은 명예와 자부심에 가득한 어느 군인이 전쟁 후 돌아와 적군에게 유린 당한 옛 애인과 조우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 공연에서 양종욱 배우는 여성과 남성을 넘나들며 1인 다역을 소화한다. 특히 극 말미 두 남녀가 주고 받는 대화 중 한 얼굴 안에 담아내는 액션과 리액션이 인상 깊다. 무대 위 배우는 끝까지 남의 시선을 끊임 없이 의식하는 남자의 천박한 영혼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전원비화’의 경우 양조아 배우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이 작품 역시 1인 다역으로 펼쳐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나 역할의 전환이 무척이나 빠르다. 작품의 내용은 서로 닮은 꼴이었던 시골의 두 대가족이 대도시에 사는 어느 부부의 방문을 받은 후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면서 운명이 갈린다는 이야기다. 공연에서는 남다른 순발력을 지닌 배우 1인이 창조해낸 소설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생동감을 자아낸다.
 
‘목가’에는 다시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 작품은 며칠을 굶주린 남자와 유모 일을 찾아 떠나는 여자가 기차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다룬다. 두 배우는 여름의 길목으로 가는 어느 따뜻한 봄날의 정경을 에로스적으로 전하다가 이야기를 문득 반전으로 이끌어간다.기차를 타고 가는 먼 여정을 오로지 의자와 배우의 몸을 활용해 다채롭게 표현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상의 4작품을 통해 양손프로젝트는 파리 센 강의 화려한 정경 뒤에 감춰진 비극적인 생활상, 전쟁의 승리 이후 남은 상처, 서로 다른 계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 문제, 당대 프랑스 지방 농민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모파상의 소설이 오늘날 독자에게도 지혜와 울림을 주듯, 이들의 공연 역시 그렇다. 이들이 고안해낸 연극적 상상력에는 신선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뭔가 중요한 것 하나가 빠진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모파상의 4가지 단편소설을 통해 이들이 관객에게 전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머릿 속에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풍부한 예술적 정취, 뛰어난 묘사,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그래서 이들은 어디까지 가려 했던 것인가. 새로운 연극적 감각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관객은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그랬다면 그건 지나치게 말초적인 목표점이 아니었을까. 즐겁고 재미있는 공연이었지만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다소 모호했다는 점이 '낮과 밤의 콩트'라는 부제만큼이나 아쉽게 다가온다.
 
-공연명: <모파상 단편선 - 낮과 밤의 콩트>
-시간: 2015년 1월23일~2월1일
-장소: 소극장 산울림
-연출: 박지혜
-원작: 기 드 모파상
-각색: 양손프로젝트
-출연: 양조아, 양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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