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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케아 오픈 첫날 광명가구거리는 '싸늘'
2014-12-18 18:36:56 2014-12-18 18:36:56
[뉴스토마토 임효정·이지은기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오픈 효과를 톡톡히 누린 이케아와는 달린 인근의 광명가구거리는 싸늘하다 못해 흉흉했다. 추운 날씨 탓에 세일을 알리는 현수막을 쳐다보는 행인들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이케아와는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이다. 가구공룡 이케아의 상륙 속에 지역상권은 초토화됐다.
 
◇논란 무색케 한 이케아 인기
 
18일 세계 최대 규모의 이케아 광명점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국내 상륙 이전부터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은 만큼 오픈시간 이전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곳의 출입문을 통해 오전 10시 오픈시간 기준 30분 이상을 기다린 후 입장할 수 있을 정도.
 
일본해 지도 표기, 가격정책 등 끊이질 않는 논란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렸던 사실조차 의심케 했다.
 
◇오픈 시작 전인 오전 9시40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오전 10시 본격적인 오픈을 시작하며 매장 첫 번째 코스인 쇼룸에 집중적으로 몰렸던 인파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매장의 쉬어가는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빠르게 늘었다. 이내 레스토랑조차 15분 이상 대기한 이후 입장이 가능했다.
 
“어머, 이 제품은 뭐야?” “이거 화장실에 걸어 놓으면 딱이네” “집에 있는 옷장이랑 어울리지 않아?”
 
이케아를 찾은 고객들은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케아 매장 안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이케아는 티슈, 칫솔 등 생활용품부터 장롱, 쇼파, 침대 등 가구 8600여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한파를 뚫고 아이와 함께 먼 길에 나섰다는 한모씨(34·파주)는 “봄부터 이케아 개점을 기다렸다”며 “국내에 없었던 형태라 흥미롭고, 무엇보다 다양한 제품들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다양한 제품과 더불어 제품끼리 믹스매치도 가능해 개인 취향에 따라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점도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어려워진 가계에 저렴한 비용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주부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 부부는 “이사를 앞두고 가구, 생활용품 등 새집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보러 왔다”며 “이전 집은 풀 세트로 가구를 구입했는데, 기존 제품과 어울리면서 새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제품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방문이 얼마만큼 매출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지만, 이케아 오픈 첫날 방문객 수로 봤을때 이케아의 국내 상륙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광명가구거리 이달 매출 절반 '뚝'
 
"참담하죠. 가구거리 매장 주인들은 요즘 잠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이케아에서 7Km 남짓 떨어진 광명가구거리는 지나다니는 행인 뿐,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년간 광명가구거리에서 가구점을 운영한 점주는 "이케아 오픈이 임박해지면서 가구매장 4곳이 문을 닫았다. 남일 같지가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격할인 내세운 광명가구거리 매장.(사진=뉴스토마토)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광명가구단지에 위치한 가구매장 4곳이 폐점해 현재 총 29곳의 매장만 남아있는 상태다.
 
정희균 광명시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이달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케아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받는 타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광명시가구거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절반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의 상륙 여파가 지역 상권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가구매장 점주 역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35년 전통의 가구거리가 이케아로 하루아침에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탄했다.
 
◇이케아 오픈 당일 한산한 광명거리가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이케아는 지역 중소상인과의 상생 차원에서 매장 내 360평의 전시관을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전시관 운영 자금조차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상인에게 전시관은 기회만은 아니었다.
 
광명시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전시관 홍보인력 등 운영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만 있다고 전시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재 110평은 임대로 전환해 이 곳에서 얻은 수익을 통해 전시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이케아 내 가구전시장을 이달 말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 매장 내 위치한 지역중소상인 가구 전시장.(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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