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이번주(6~12일)에도 지구촌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돌발 변수들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특히, 3년 전 세계를 흔들었던 그리스발 유로존 재정위기 망령이 다시 부활해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리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국제유가 폭락도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에 걸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유가 하락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촉발돼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를 떨게 만들고 있다.
■미국
▶美·사우디 에너지 전쟁 '점입가경'..국제유가 $60선 붕괴
국제 유가가 손 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WTI 선물 가격은 5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6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유가 40달러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이는 최근 세계 원유 수요, 재고, 공급 측면에 모두 큰 악재 바람이 불어 닥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췄고,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량은 시장 예측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공급 우려다. 앞서 OPEC이 감산 요구를 거부하자 미국도 당분간 셰일 유전 지대에서의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러한 노골적인 '버티기 전술'은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공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의도적으로 유가 하락을 유도해 미국이 견제하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오랜 라이벌 이란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잘 나가는 美경제..저유가에 소비·고용 '순항'
계속되는 유가 하락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울상 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반대로 덩실거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기름값 부담을 덜은 덕분에 다른 곳에 지출을 늘릴만한 여력이 커졌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0.7%)을 기록하며 미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유가가 10% 하락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포인트 가량 상승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미국 고용시장까지 활기를 띄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전월 대비 32만1000명 증가했다. 지난 2012년 1월 이래 최대 수준이다. 소비와 고용의 명확한 선순환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GDP 성장률은 2개 분기 연속 4%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JP모건체이스, 바클레이즈 등 월가 전문가들도 오는 23일 공개되는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미 경제가 평균 2.5~3% 가량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하원 예산안 통과..셧다운 위기 면했다
미국 하원이 11일 1조100억달러 규모의 내년도 연방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연방정부의 셧다운 시한을 불과 두 어 시간 앞두고 찬성 219표, 반대 206표로 예산안을 의결한 것이다. 금융개혁 관련 조항 등을 놓고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막판까지 처리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예산안은 상원 표결을 거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이 절차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미 의회는 잠정예산안을 이틀 간 연장하는 초단기예산안도 구두표결로 처리했다. 합의된 예산안에는 5210억달러의 군비지출,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해외 군사작전을 위한 별도 예산 640억달러, 이 밖에 연방기구 예산 4920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이번 예산안에 담겨 포함되지 않은 국토안보부 관련 예산은 내년 2월 말까지 다시 논의키로 했다.
◇예산안 협상을 마치고 나오는 미국 하원 의원들.(사진=로이터통신)
■유럽
▶그리스, 조기 대선 승부수..되살아난 '재정위기 망령'
잠잠했던 유로존이 또 다시 재정위기설에 휩싸였다. 그리스 연립정부가 국제채권단의 반대로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 무산되자 대통령 선거를 2개월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탓이다. 의회가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고 내년 초 총선을 치르게 되면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리자당의 집권이 유력해진다. 즉 지금도 상당히 취약한 그리스의 경제 정책이 긴축에서 성장으로 급선회해 2010년 유로존을 휘청이게 했던 그리스발 부채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럽 금융 시장도 이미 잔뜩 겁을 먹은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9일 그리스 아테네종합지수는 27년 만에 최대 수준인 12%나 폭락했고, 같은날 독일·프랑스·영국 주식시장에서도 모두 2%대의 하락세가 연출됐다. 하지만 이러한 지수 흐름이 장기 추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리스 경제 펀더멘털과 유로존 위기 대응 능력이 이전보다 강화된 만큼 이번 사태의 파급력도 2010년 위기 때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테네종합지수 차트(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러시아, 저유가·경제 제재에 '이중고'..기준금리 100bp 인상
러시아 중앙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무려 100bp(1%포인트)나 인상했다. 올 들어 다섯번째 금리 인상으로, 무너져 내리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키 위한 것이 목적이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40%나 추락했다. 지난 1998년 디폴트 선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역시 널뛰기를 하고 있어 경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러시아로서 이번 금리 인상 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루블화 가치 급락 이면에는 서방의 경제 제재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유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예산 수입의 절반을 석유·가스 수출에서 거두는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재무장관은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연간 1300억~1400억달러의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무려 800억달러의 자금을 시중에 풀었지만, 효과를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
▶日경제, 2분기째 逆성장..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미스'가 한계에 부딪혔다. 부양 기조 속에서도 일본의 7~9월 GDP 성장률 확정치가 마이너스(-)0.5%를 기록,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막대한 빚더미에 오른 일본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꺼내든 '소비세 인상' 카드가 오히려 일본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도 시달리게 됐다.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무디스가 한 단계 강등한데 이어 피치까지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시킨 탓.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효과를 낙관하며 자신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엔화 가치가 2년 전에 비해 무려 40% 넘게 폭락하며 수출 기업들에게 호재가 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엔저로 일본 내 음식·에너지 수입 가격이 올라 되레 일본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 GDP 성장률 변동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 폐막..뉴노멀 시대 열렸다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 9일부터 사흘 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회의의 핵심 기조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뉴노멀'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회의 폐막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고 구조조정 임무를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듬해 3월 양회를 거쳐 발표되는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7%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년 만에 최악을 나타내고 수출이 급감하는 등 곳곳에서 경제 성장 둔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간 자국 경제를 낙관하던 중국 내 기관들마저도 내년 경제 성장세 둔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만큼 중국 통화정책만큼은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유연한 정책 기조로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도 성명에서 통화정책의 탄력성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민은행이 올해 신규대출 목표치를 지난 11일 상향 조정한 것도 신축성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침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롤러코스터 탄 中증시..변동성 확대 국면
중국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한 달 동안 무려 19% 넘게 급등해 순식간에 30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다시 5년 만에 최대 낙폭(5.43%)을 기록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인 것.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 등이 뒤섞여 변동성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하이 증시는 후강퉁 시행과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40%나 급등하면서 과열 징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가 당분간 주가 조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평가 매력을 감안한다면 중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실제로 최근 상하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2배로 두 달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19배인 미국 S&P500 지수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 증시의 수급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친 거래대금이 200조원 수준으로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하이 지수가 18개월 내 두 배로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윤경 국제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