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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투'길잡이)똑부러진 자회사 하나, 열 계열사 안 부럽다..'WH Group'
2014-11-21 06:59:39 2014-11-21 13:19:54
<요즘 여기저기서 '해외직구' 얘기가 많이 나오죠. 이제는 주식도 '해외직투'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셨다고요? 전 세계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 달리 말하면 전세계 98%의 투자기회를 놓치고 계신 건데요. 해외 직접투자도 국내 주식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막막하시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투자할만한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를 NH농협증권에서 쏙쏙 뽑아 제시합니다>
 
 
지난 2008년 중국산 유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산 유제품을 원재료로 한 세계 각국의 식료품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4명의 유아가 사망했고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면서 11개국에서는 중국산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관련자 처벌이 이어지면서 사건이 일단락 됐지만 중국 사람들도 식품 먹거리에 대한 안전이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멜라민 파동으로 텅 빈 슈퍼의 진열장 모습 (자료=위키피디아)
 
이후 중국 엄마들은 자국산 분유보다 값비싼 외국산 분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중국 사람들은 ‘중화사상’이 강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먹거리에서만큼은 ‘사대주의’다. 그렇다면 중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돼지고기도 해외 식품을 선호할까? 최근 중국인들의 식탁을 조금씩 점령하는 미국 기업 스미스필드(Smithfield)를 한번 살려보자.
  
스미스필드는 미국의 유명한 육류 전문업체로서 돼지고기, 소고기, 베이컨 등의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또한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돼지고기 생산과 육가공 전문업체다. 지난 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중국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11% 증가한 4조 7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스미스필드가 중국 WH Group의 자회사라는 사실이다. 즉 WH Group은 자회사인 스미스필드의 상호와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중국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WH Group의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 미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자국산 식품 안전에 불안함을 느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촉진을 위해 일부러 WH Group 상표를 쓰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이지만 잘 팔리면 그만 아닌가?
 
스미스필드의 가공식품 브랜드 (자료=스미스필드)
  
회사의 이러한 시너지와 브랜드 전략으로 올해 WH Group은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IPO이후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WH Group 주가차트 (자료=NH농협증권 GTS)
 
2014년, 미국 내 돼지유행성 설사병(PED)이 유행했다. 당초 미국 정부는 PED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9월까지 폐사한 돼지고기가 80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스미스필드의 주력 사업인 신선육 비즈니스의 큰 타격이 생겼다. 9개월 동안 PED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9%가 줄어들었고 모회사인 WH Group은 실적 우려감 때문에 6.3 HKD를 형성하던 주가는 5.1HKD까지 크게 하락했다.
 
WH Group의 연도별 실적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하지만 회사의 전체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지난 6월30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육 사업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실적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무려 91% 증가해 79만7000 톤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금액이 3조 6227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0%가 증가한 것이다. 회사측에서는 스미스필드의 고급 브랜드 포장육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아 이제 회사 매출에서 5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사람들도 깨끗한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생겼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앞으로 유럽 사업 부문도 기대가 크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인지도 높은 캄포프리오 그룹의 지분을 37%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유럽시장의 육가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의 재무적인 부담이 단기간에 발생하겠지만 향후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WH Group의 사업부문 회사 (자료=WH Group)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중국 경제의 성장이다. 현재와 같은 7%이상의 경제 성장이 계속된다면 중국 중산층들은 풍부한 가처분 소득으로 육가공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중국은 2020년까지 도시화율이 60%를 넘어서면서 포장육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쁜 도시 생활로 인해 편리한 포장육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또한 식품 위생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면서 스미스필드처럼 검증된 브랜드를 찾게 된다.
 
WH Group은 중국 기업이지만 자회사의 해외브랜드 전략을 사용하여 고성장 하고 있다. IPO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많은 정보가 없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때 초과수익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한 기업이다.
 
김규배 NH농협증권 국제영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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