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유토피아를 그리다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2014-11-18 08:13:08 2014-11-18 08:13:1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말이 등장하는 아트서커스 <카발리아>가 지난 12일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잠실종합운동장에 세워진 임시 공연장인 화이트 빅탑은 삼삼오오씩 모여든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람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카발리아>는 아트 서커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설립자 중 한 사람인 노만 라투렐이 만든 공연입니다. 2003년 초연 이래 전 세계 52개 도시에서 64회의 투어를 마친 이 공연은 승마예술과 공연예술이 조화를 이룬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50마리의 말이 가장 최근 공연 도시였던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서울로 날아왔습니다. 이 밖에도 공연에는 40명의 기수, 곡예사, 음악가가 함께 합니다.
 
(사진제공=카발리아 홍보담당 스토리P)
 
◇말의 치명적 매력
 
이 공연은 아무래도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들과 비교할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부대시설이나 운영 면의 경우, 사실 초호화판이던 ‘태양의 서커스’ 공연과 비교하자면 조금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연장 안내 표지판이나 안내요원이 부족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첫날 공연장 입구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무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으니까요. 가뜩이나 날도 추운데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다니다보니 사실 시작 전 공연에 대한 설렘이 반감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연에 대한 의심스런 눈초리는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긴 합니다. 전력질주하는 백마 두 마리가 등장하는 극 초반부터 관객은 순식간에 꿈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되거든요. 잘 관리된 말갈기와 꼬리 털을 흩날리며 달리는 백마는 그 존재 자체로 단숨에 마음을 앗아가기게 충분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들은 개별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구불거리는 금발 같은 갈기를 지닌 갈색 말, 짙은 갈색을 머금은 듯한 검정색의 말, 제일 어리고 작은 말까지 다양한 말들은 때로는 혼자, 때로는 무리 지어 등장하며 유머러스하고 품위 있는 묘기를 보여주는데요. 말 각자의 매력이 하나하나 눈에 띄면서 공연에 대한 몰입도도 점차 높아집니다.
 
(사진제공=카발리아 홍보담당 스토리P)
 
◇인간과 자연의 교감
 
무대는 크게 스크린, 그리고 말과 기수, 곡예사들의 무대로 나뉩니다. 공연장 뒤편에 60미터짜리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펼쳐져 있고요. 그 앞에 50미터 길이로 설치된 공간은 주무대 역할을 합니다. 스크린에는 로마의 콜로세움과 중국의 옛 고적지를 비롯해 동굴, 화산암반, 사막, 초원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풍경들이 공연의 배경으로써 투사됩니다.
 
라이브 음악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기수들은 말과 함께 등장해 위험천만해 보이는 묘기들을 펼쳐보입니다. 다양한 인종의 곡예사들이 펼치는 탄력 넘치는 곡예도 볼거리입니다. 이들은 공중 그네, 줄, 공 등을 활용해 아름다운 동작을 선보이기도 하고 위험천만한 인간 탑 쌓기도 선보이면서 서커스만의 아찔한 묘미를 느끼게 하는데요. 종국에는 이 모두가 말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공연 말미에는 무대 위에 인공호수가 구현되면서 장관을 이루기도 하지요.
 
(사진제공=카발리아 홍보담당 스토리P)
 
짐작하시겠지만 공연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말과 인간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인데요. 끝나고 나서 공연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따지고 보면 말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고, ‘태양의 서커스’의 공연이 훨씬 화려하고 정교한 것도 사실인데 도대체 이 공연만의 매력은 무엇이었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국 말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이 공연의 주된 감동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관객은 잠시 잠깐 동안 서커스를 보는 것 뿐인데도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연습부터 무대 실연에 이르는 이 공연의 전 과정이 사람과 말이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이었으리라는 것을요. 인간과 말로 대변되는,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이 공연에서는 마치 잃어버린 꿈처럼 다가옵니다. 아이들과 보면 참 좋을 공연인데요. 단, 따뜻하게 챙겨 입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카발리아>는 오는 12월 28일까지 진행됩니다.
 
-공연명: <카발리아(Cavalia)>
-날짜: 2014년 11월 12일~12월 28일(월,화 공연 없음)
-장소: 잠실종합운동장 내 화이트빅탑
-문의: 1544-1555(http://cava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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