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글로벌이슈)칼빼든 아시아..빗장건 미국
2014-11-04 07:11:37 2014-11-04 07:11:38
<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미국이 예정대로 양적완화를 종료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과 일본이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침체된 소비심리를 끌어올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주된 이유는 지출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정책 탓이다. 중국은 과열된 부동산 경기를 식히려다 내수시장을 놓쳤고 일본은 세수 부족을 만회하려다 저물가 위기를 맞았다. 비슷한 경기 불안을 겪고 있는 유로존도 커버드본드를 본격적으로 매입하면서 경기 부양에 시동을 걸었다. 유럽 금융권에서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찾으려 애썼고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다시 한 번 경제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
 
■미국
 
美 양적완화 6년만에 종지부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됐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부터 자산매입 조치가 시작됐으니 6년 만이다. 국채매입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경제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3.5%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0%를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용시장을 둘러싼 우려는 남아있다. 최근 실업률이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최저치인 5.9%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파트타임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양적완화도 종료된 마당에 기준금리 마저 올라가면 고용시장은 물론 금융 부문마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분분하다.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내년 봄에, 부정적인 측은 여름에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준금리 시점에 관한 더 구체적인 정보는 오는 12월 16~17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될 예정이다.
 
▶美 3분기 기업실적 '파란불'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S&P 500에 속한 기업 중 287곳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75.3%의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매출이 예상을 상회한 기업은 63%에 달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기업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위크 회사인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3분기 순이익은 모바일 광고 수익이 늘어난 덕분에 전년보다 두배나 증가했다. 경쟁 업체인 트위터의 순손실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나온 결과라 더 의미심장하다. 세계 1,2위 카드업체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사용자 증가에 힘입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스타벅스의 매출도 전년보다 10%가량 뛰었고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암젠도 기대에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 28일에는 다우존스 지수가 17거래일 만에 1만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세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중국, 유럽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되면 올 4분기 기업 실적은 악화될 수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주요 500개 기업 수익의 3분의 2가 미국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경제 불안에도 미국 기업 실적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 6개월째
 
국제 유가가 6개월째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는 무려 29%나 하락했다.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질만한 기록이다. 올 초만해도 원자재 전문가들은 리비야, 이라크,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는 이유는 원유 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가스 붐을 맞은 미국의 재고가 엄청나게 늘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3째주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890만배럴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인 220만배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터라 유가 하락 폭은 더 커졌다. 대형 은행들은 앞다투어 유가 전망치를 내렸다. 바클레이즈는 내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9달러에서 85달러로 낮췄다. 브렌트유 값은 배럴당 96달러에서 93달러로 낮아졌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분기에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달러, 8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종전의 예상치보다 각각 15달러 내려간 것이다.
 
◇6월~10월31일 WTI 가격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유럽
 
▶ECB 스트레스테스트 25개 은행 낙제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에 25개 은행이 탈락했다. 유럽 내 대형은행 130개가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이탈리아는 9개 은행이 ECB의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해 탈락 1등국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그리스, 키프로스, 벨기에, 슬로베니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도 탈락 은행이 나왔다. 테스트에 탈락한 은행들은 ECB의 권고에 따라 2주 안에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12개 은행은 이미 자본 부족분을 충당한 상태다. ECB는 이번 테스트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테스트의 효과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테스트 기준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상 시나리오에는 자산동결, 불가피한 자산매각, 디폴트 상황 등이 빠졌다. 또 한편으론 스트레스테스트로 은행권의 신뢰가 회복돼봤자, 대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회의론도 있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런 의혹을 달래기 위해 17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매입하는 등 경기 부양을 지속했다.
 
▶호세프 재선 성공..과제 산적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물리치고 극적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사회 빈곤층을 돌보겠다는 그의 호소가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호세프는 4년의 임기를 더 얻었고 그가 이끄는 노동자당(PT)도 집권당 지위를 더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재선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풀어야할 숙재가 너무 많다. 우선 물가가 너무 높아 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브라질의 물가는 정책 허용범위인 6.5%를 넘어섰다. 헤알화 가치도 2005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호세프가 집권한 이후 무려 33%나 하락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호세프는 재선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는 회복될 것이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발맞춰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1.0%에서 11.25%로 깜짝 인상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0번째 이뤄진 금리 인상 조치다. 그럼에도 브라질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사리 거치지 않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9일 브라질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내년 중에 강등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우크라-러시아 가스협상 타결
 
4500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와 벌인 가스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의 주재로 마련된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EU가 우크라이나의 지불 보증을 서겠다고 약속한 덕분에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이다. EU가 착해서 우크라이나의 보증을 서준 것은 아니다. 가스 협상이 결렬되면 지난 2006년, 2009년 당시 처럼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던 러시아산 가스가 단절될 수 있다. 러시아도 급하긴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와 서방의 제재에 따른 불만의 표시로 가스 협상을 계속 미루긴 했지만, 가스 수출이 지연될수록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러시아 재정수입의 절반이 에너지 수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3자 모두 가스협상 타결로 한시름 놨다. 다만, 밀린 가스 대금을 내야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U,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논의를 통해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EU가 지불 보증을 약속했지만, 구제금융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급 시점은 언제가 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왼쪽부터), 귄터 외팅어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아시아
 
 ▶中 내수 진작에 힘실어
 
중국이 내수 경기 진작에 나섰다. 29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6개 항목으로 구성된 소비 진작책을 발표했다. 이 안은 전자상거래 확대, 녹색 소비 촉진, 부동산 매매 지원, 여행 소비 확대, 교육 문화 소비 확대, 양로서비스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소비 진작책에 부동산 매매 지원 방안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0년 4월부터 단행해 온 주택 구매제한정책을 완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년간 과열된 주택경기를 식히기 위해 민간의 주택 구매를 지양해왔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다보니,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3%로 5년 반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주택 거래든 제품 구매든 소비가 일어나야 침체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소비는 중국의 신성장 동력이다. 13억 인구가 지출을 늘리면 내수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실적과 투자,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점을 잘 알고있는 리커창은 중국인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소비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은행(WB)도 중국 정부를 상대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소비·내수 주도로 바꾸는 '리벨런싱(rebalancing)'을 촉구한 바 있다.
 
▶中 자유화 바람 솔솔
 
중국 정부가 신용카드 결제시장을 국내외 민간기업에 개방했다. 이는 금융시장 개혁의 일환이다. 덕분에 비자나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같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신용카드 시장은 1조달러를 넘어설 만큼 급성장했다. 그동안 중국 위안화 카드 결제 시장은 국영기업인 유니온페이가 독점하고 있었다. 유니온페이의 세계 카드 시장 점유율은 7.7%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각각 60.5%, 26.9%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자유화 조치로 소비가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전달에도 운송 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이로써 미국 배달업체 페덱스와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도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카드와 운송 시장의 개방도가 어느 정도 일지, 언제쯤 관련 정책이 도입될지에 관해선 알려진 게 없다.
 
▶日 금융완화책 줄줄이
 
일본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31일 일본은행(BOJ)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줄줄이 꺼내놨다. 먼저, BOJ는 양적완화 목표를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매입하는 국채 규모도 30조엔에서 80조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보유 중인 국채의 잔존만기는 7~10년으로 연장시켰다. 이런 과감한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경기 침체 우려감이 존재한다. 지난 4월에 이행된 소비세 인상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가구당 소비지출을 보면 전년보다 무려 5.6%나 감소했다. 지난 8월의 4.7% 감소보다도 악화된 수준이다. 고용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9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동시에 구인·구직 비율은 1.09로 지난 8월의 1.10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0명의 구직자에게 109개의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라 올해 말로 예정된 소비세율 추가 인상 조치가 정말로 시행될지 불확실해 졌다. 일본의 일부 고위 관료들은 소비세율 인상 시점을 오는 2017년 4월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세율 인상 시점은 올 3분기 경제 성적표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구로다 BOJ 총재가 추가된 금융완화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윤석진 국제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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