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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투'길잡이)철강기업 '티센크루프'의 턴어라운드 이야기
2014-10-31 07:22:06 2014-10-31 07:22:17
<요즘 여기저기서 '해외직구' 얘기가 많이 나오죠. 이제는 주식도 '해외직투'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셨다고요? 전 세계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 달리 말하면 전세계 98%의 투자기회를 놓치고 계신 건데요. 해외 직접투자도 국내 주식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막막하시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투자할만한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를 NH농협증권에서 쏙쏙 뽑아 제시합니다>
 
 
얼마 전 제2롯데월드가 일부 오픈 했다. 이제 제2롯데월드는 서울의 가장 높은 빌딩이 되면서 서울도 마천루 시대가 열렸다. 인구 밀집이 높은 도시에서 건물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빌딩의 높이는 점점 높아진다. 땅 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도 고층 건물들이 속속 올라오게 된다.
 
고층 건물은 특히 엘리베이터가 중요하다. 높은 층까지 안전하게 승객과 화물을 올려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특히 창 밖이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더 무서워진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 제조 회사를 보게 된다. 티센크루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은 우리 귀에 생소한 티센크루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최대, 세계 3위의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자.
  
티센크루프 철강 로고 (자료=티센크루프)
 
1811년에 창업한 크루프 철강은 원래 철강 무기회사로서 주강 대포를 만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인해 철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공급하는 크루프 철강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62년 베세머 철강 공장이 설립되면서 근대화된 모습의 철강 생산이 이루어졌고 여기서 생산된 철강 제품이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 군함에 쓰였다고 한다.
 
이 무렵 1867년 아우구스트 티센이 아버지와 함께 대철 압연 공장인 티센철강을 설립했다.
  
1857년 크루프 철강 제조모습 (자료=티센크루프)
  
1910년 Bessemer 철강 공장 (자료=티센크루프)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두 회사가 합병하여 오늘의 티센크루프 철강을 이루게 됐다. 현재 전세계 80개국 16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세계 3위의 철강 기업이다.
 
티센크루프의 사업부문은 크게 6개 부문으로 나뉜다. 우선, 베어링 등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 테크놀로지 부문과 엘리베이터, 산업 솔루션, 서비스, 유럽과 미국 철강 부문이다. 각 사업 부문별 매출 구성비율은 고루 분포되어 있어 불황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티센크루프 매출구조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그런데 회사측에서 발표한 2013/2014 중간보고서를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분명 티센크루프는 철강 회사다. 하지만 조금씩 철강 회사에서 다른 사업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즉 철강 중심의 회사에서 엘리베이터, 엔지니어링 사업,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 사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회사 수익도 꾸준히 늘어나는 회사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티센크루프 실적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티센크루프 조정 주당순이익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최근 티센크루프의 주가는 몇 개월 동안 부진했다. 유럽 특히 독일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DAX지수를 구성하는 티센크루프의 주가도 계속 하락했다. 지난 24일 티센크루프의 주가는 0.68% 하락해 18.875유로를 기록했다.
 
최근 ECB가 계속해서 공격적인 양적완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지만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유럽지역이라는 텃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티센크루프다. 변화의 몸부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티센크루프는 3가지 전략으로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다. ▲구조조정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 ▲해외진출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다. 최근 주가는 회사의 새로운 혁신에 화답하듯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티센크루프 주가동향 (자료=NH농협증권 GTS)
 
흔히 구조조정하면 회사가 어려울 때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진짜 구조조정은 오히려 회사가 좋을 때 선제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티센크루프는 먼저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2014년 1월, 2개의 회사로 나누어 관리하던 부분을 하나로 합병시켜 ThyssenKrupp Resource Technology를 출범했다. 회사의 효율적인 운영과 엔지니어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두 번째로 지난 6월30일 스웨덴 자동차 업체인 사브(SAAB)가 티센크루프의 스웨덴 잠수함 건조공장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506억 원이다. 그 동안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로 차일피일 미루던 매각을 단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2월26일,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압연 공장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본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15억 달러를 확보했다. 매우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폭스바겐, BMW, 다임러는 독일이 자랑하는 자동차회사들이다. 이 3개의 자동차 회사와 티센크루프의 성장 스토리는 큰 연관성이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자동차관련 기술협력은 지속될 것이며 티센크루프는 자동차용 솔루션 개발이라는 이들 고객 니즈에 부응해야 한다. 차체를 가볍게 하는 차량 경량화 트렌드는 자동차 산업의 주요 이슈이다. 이로 인해 무거운 철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알루미늄을 비롯한 다른 첨단 소재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철강은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앞으로 엔지니어링, 플랜트,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재 영역으로 솔루션화하고 있다. 철강을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소재를 알아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회사 수익의 28%를 차지하는 산업 솔루션분야는 향후 ▲자원기술 ▲공정기술 ▲선박시스템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4가지 분야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티센크프의 공항 운송 시스템(좌)와 자동차용 솔루션(우) (자료=티센크루프)
 
또한 산업재 솔루션 분야에서 티센크루프의 사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일례로 두바이 공항의 에스컬레이터 및 이동 시스템은 티센크루프의 엘리베이터 기술로 건설됐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티센크루프의 기술력이 미국에서 아랍에미리트로, 인도를 거쳐 아시아로 점차 대 이동 중이다.
 
최근 한국의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티센크루프의 약진은 눈부시다. 지난 1월,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코리아는 미국의 오티스 엘리베이터코리아를 제치고 엘리베이터 시장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승강기 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13년에 신규 승강기 대수는 약 2만5000대로 이 중 현대엘리베이터가 약 4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티센크루프가 약 15%로 2위를, 오티스가 13.8%로 3위를 차지했다.
 
티센크루프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13%, 15%로 조금씩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회사의 적극적인 행보와 마케팅 노력의 효과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티센크루프는 도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계속 이루어지는 중국을 필두로 한국, 동남아 지역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티센크루프의 하인리히 히징거 CEO는 아시아지역의 급속한 도시화가 인프라 수요를 견인하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은 매우 공격적이다. 중국의 ‘My Car’ 시대를 앞서 예견하여 2013년 12월 자동차용 스프링과 안전장치를 생산하는 공장을 필두로, 2014년 7월, 상하이에 조종 및 제동장치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 말 실린더 헤드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중국 자동차 산업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당분간 글로벌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철강 산업은 기본적으로 전방 산업인 자동차, 건설, 산업재 등의 수요에 의해서 업황 날씨가 결정된다. 세계철강협회의 사무총장인 에드윈 바손에 의하면 앞으로 철강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공급 축소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고부가가치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원하는 산업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변신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150년 동안 산업혁명, 1·2차 세계대전, 수많은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은 회사가 티센크루프다.
 
시대에 맞춰 변신할 수 있는 기술, 그것이 진정한 기술력이 아닐까? 살아남기 위한 티센크루프의 변신을 계속 지켜보자.
  
김규배 NH농협증권 국제영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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