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전체 수출에서 드라마와 K팝은 지난 2010년 기준 각각 7.1%, 2.6%에 불과하지만, 세계 문화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출판의 수출 비중은 이들보다 1.6~4.3배 큰 11.1%에 달하는데도 한류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9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개최한 '출판콘텐츠 OSMU(One Source Multi Use·원 소스 멀티유스) 활성화 방안' 공개 포럼에서는 한류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있는 출판물을 드라마·영화·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박장순 홍익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출판이 한류의 주류가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 지구적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소설과 만화의 출판 저작권 수출은 지난 2009년에서 2011년 사이 5202건으로 전체 소설의 10%, 만화의 13%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내 출판 소비도 줄고 있으므로 출판의 OSMU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라며 "도서의 기획,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드라마, K팝, 온라인 게임 등 시장친화적인 기존 한류 산업과의 연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판의 OSMU 활성화 방안으로 ▲열린 시스템 구축 ▲작가 등 시스템 요소 세분화 ▲시스템 요소 상호작용 증대 등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한류 소재 영역들과의 연계라는 변화를 수용하고 작가가 곧 소설가라는 등식을 깨 극·시나리오·스토리·구성·코미디작가·디지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작가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마음의 숲 편집주간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구분하는 엄숙주의가 원소스멀티유즈를 막는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최근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한 미생의 경우 웹툰이 출판물, 드라마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원소스멀티유즈의 사례인데, 이를 넘어서 선물용 책, 카드, 달력 등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출판물의 해외 진출의 선결과제는 한국을 지우고, 목표로 설정한 시장과 독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며 "최근 참관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김영하 작가의 낭독회에 갔더니 독일 독자들은 작가가 아니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콘텐츠에 주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 참가자들은 출판의 OSMU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 선결 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퇴마록>의 저자 이우혁 씨는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본 소설가들은 '다시는 안 한다'고 말한다"면서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주면 감지덕지 아니냐'라고 말하는 영상업계 풍조 탓"이라며 출판 콘텐츠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화 제작자들이) 작가가 평생 만든 작품으로 시나리오 쓴 것을 자기들 마음대로 고치고 지워버린다"며 "원작료를 적게 준다고 항의하면 '돈이 좋으십니까'라고 묻는다"고 덧붙였다.
홍승기 인하대 교수(변호사)도 "구름빵 사례를 보면 출판사는 출판 외 애니메이션, 상품, 놀이공원 등으로 44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작가에게는 집필료 850만원, 인센티브 1000만원만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축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며 "규제가 늘어나면 출판사의 사업이 막힐 수 있는 문제도 있으므로 보상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희설 스토리티비 사장은 "검증된 작가도 가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지상파 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작가 고료가 기본이 2000만원인데 그런 분들은 계약이 2~3년 밀려 있어 많은 돈을 주고 2~3년 기다려야 하는 등 선투자 비용이 크다. 신진 작가들의 발굴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자가 시나리오에 지나친 참여를 요구하면 진전이 안 된다"며 "시장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진 문화평론가는 "시나리오 작가, 원작자의 계약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고. 정당한 수익구조를 배분받을 수 없을 때도 있다"면서도 "영화 쪽에서 볼 때 (원작의 훼손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보다는) 출판물을 영화로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문학, 소설 등 출판물이 거의 100% 영화로 옮겨진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영화로 바꿀만한 독특한 발상의 영상 어법을 담고 있는 장르문학 등 원작이 부족하고 작가층도 두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 거주하며 통번역전문회사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청중은 "한국 문화여서 좋아하는 사례도 많으므로 출판물에서 한국을 지우는 것은 안 된다"며 "또한 한국어를 영어로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은 "출판계 활력을 위해서도 OSMU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이번 포럼의 고민을 잘 받아서 정부에 예산을 신청할 때 참고하고 관련 정책도 많이 세우겠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출판콘텐츠 OSMU 활성화 방안' 공개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희설 스토리티비 사장,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동진 문화평론가, 권원순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박장순 홍익대 영상대학원 교수 이우혁 작가, 이현정 마음의 숲 편집주간.(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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