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또 다시 드라마에 눈물흘린 이정범 감독 '우는 남자'
2014-06-02 15:32:17 2014-06-02 15:36:47
◇'우는 남자'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아저씨'는 등장부터 화제성이 폭발적이었다. 바리깡으로 머리를 미는 원빈의 비주얼과 스타일리쉬하고 유려한 액션, 김성호와 김희원 등 악역들의 생생한 연기도 일품이었다.
 
다만 왜 원빈이 김새론을 저렇게 도와줘야만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드라마만 좀 더 매끄러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영화였다.
 
새 영화 '우는 남자'는 혹평보다는 호평이 많았던 이정범 감독의 영화다. 좀 더 진화했을 거라 예상했다. 5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작품이라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베일을 벗은 '우는 남자'는 아쉽게도 액션만 진화했다. 이정범 감독은 또 다시 이야기로써 설득에 실패했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아저씨'가 아이를 지키는 남자의 이야기라면, '우는 남자'는 아이를 죽인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엄마에게 버려져 킬러로 자라난 냉혹한 성격의 남자 곤(장동건 분)이 한 사람을 암살하는 과정에서 어린 소녀를 실수로 죽이는 것부터 출발한다. 이후 그 소녀의 엄마 모경(김민희 분)까지 죽이라는 명령을 고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영화의 치명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아저씨'에서 원빈이 왜 김새론을 그토록 살리려고 노력했느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면, '우는 남자'에서는 곤이 모경을 살려야하는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하고 싶어하지만, 그 이유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그저 혼자 연민하고, 혼자 모경을 위해 애쓰며, 혼자 조직을 배반한다. 그만큼 모경과 곤 사이에 반응을 작용할만한 요소가 없다. 모경 역시 대사로 "날 왜 이렇게 도와주냐"고 묻는데, 곤은 대답하지 못한다. 죄책감에 의한 연민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세세한 것 마저도 공감이 되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콘텐츠가 영화인데, 이정범 감독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설득을 못한다. '아저씨'에서 엿보인 문제점이 '우는 남자'에서도 되풀이된다.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에서는 문제점이 분명하지만 액션은 진화했다. 이정범 감독 특유의 총기 액션이 더욱 사실감있게 전달된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 리얼리티가 영화 곳곳에서 숨쉰다. 미국 FBI의 교육현장을 통해 실제 총을 쏘는 경찰들의 모습을 영화에 넣었다는 이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영화 배경이 된 종로 주택가의 총격 신이나 여의도 빌딩에서의 액션은 관객들에게 스릴과 통쾌함을 전달한다.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총성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장동건은 다소 투박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어린시절을 투영시킨 말투와 행동으로 색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신사의 품격'에서 '~한 걸로'라는 말투를 유행시킨 장동건은 이번 영화에서는 껄렁한 말투의 곤을 만들며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킨다. 미세한 변화가 영화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 인물의 내면 역시 풍성해 보인다.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알에서 깨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김민희는 이제는 완벽한 여배우로 거듭난 느낌이다. 펀드회사의 능력있는 전문가와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성애를 자유자재로 오고 간다. 오열을 할 때도 표독스럽게 싸울 때도, 총성에 놀라 멍한 표정을 지을 때도 김민희는 모경과 하나가 된 모습이다.
 
이야기의 설득력이 부족함에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장동건과 김민희의 연기력이 흠 잡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기파 배우 김희원과 각종 외국 배우들의 연기력도 딱히 거부감이 없다.
 
다만 모경을 위협하는 회사 동료로 등장한 김준성의 오버된 연기는 아쉽다. 허세가 가득한 인물이기에 오버가 필요는 하지만 조금만 절제했다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영화는 길다는 느낌을 준다. 다소 늘어지는 편집과 필요없는 신이 많다. 15분 정도 적절히 잘라내고, 억지스럽게 감정을 짜내는 부분만 없었면 '아저씨'보다도 더 좋은 역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정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아직도 허전함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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