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발간 11년차를 맞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활용성에 대해 기업들이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다. 양식(樣式)은 물론 같은 정보에 대한 규격 등도 합의가 안 돼 같은 업종 내에서도 비교가 어려운 탓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작성 기준은 GRI, ISO26000, UNGC 등 다양하다. 명칭도 지속가능성보고서, 사회책임경영보고서, CSR보고서, 통합보고서 등 제각각이다.
◇(자료 출처=한국표준협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이 사회와 환경 등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오고 있는지 등을 경제적 성과 외 추가로 공개함으로써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기업의 가치를 보다 넓은 의미에서 평가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재무제표 등을 보완해 기업과 이해관계자들 간 정보 격차를 좁혀보려는 시도다.
그러나 발간주기는 물론 보고범위와 검증 여부까지 기업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탓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이 잘한 것만 골라 보여주는 '엉터리' 보고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환경보고서와도 중첩되는 정보가 많아 이중비용을 초래한다는 것도 비판 대상이다.
이같은 이유로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해 관련 수상은 대기업들의 '끼리끼리 잔치'가 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대기업들의 이른바 그린워시(Greenwash)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수상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대기업들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 수상기관의 발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가 지난 2월 공개한 '201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총 114곳. 한해에 2개 보고서를 낸 코웨이가 있어 총 보고서 수는 115개다.
114곳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기업은 92개로 80.7%다. 격년 발간하는 기업이 10개로 8.8%, 3년에 1번씩만 내는 기업도 2개(1.8%)나 된다. CJ제일제당과 한국교직원공제회,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3곳은 발간주기가 불규칙했다.
보고서의 기준연도도 기업마다 달랐다. 같은해 성과를 보고하면서 일부는 ‘2012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일부는 발간연도를 기준으로 ‘201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내고 있었다.
이때문인지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2009년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03년 처음 3곳에서 보고서가 나온 뒤, '07년까지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 한해 28곳이 추가로 발간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09년 잠깐 반등한 이래로는 참여 기업이 꾸준히 줄어왔다. 지난해는 13곳이 추가로 발간하는 데 그쳤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가장 착실히 발간해온 기업은 삼성SDI와 현대자동차다. 두기업은 지난 2003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보고서를 냈다. 기아자동차와 포스코도 한해 늦긴 했지만 그 뒤로 빠짐없이 보고서를 냈다. 대한항공·롯데쇼핑·아모레퍼시픽·한국수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2005)와 GS칼텍스·KT·삼성전자·아시아나항공·유한킴벌리(2006) 등도 매년 꾸준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있는 기관들이다.
이들이 낸 보고서를 토대로 수상하는 기관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홍보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연맹(LACP)의 스포트라이트 어워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부문 수상이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GRI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식경제부장관상' 등 종류는 많다. 표준협회도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을 주고 있다.
이같은 많은 지적에 대해 윤경규 표준협회 지속가능경영센터 수석연구원은 "GRI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은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마다 경영환경 등이 달라 100%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초 GRI라는 단체에서 만든 기준이 사실상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표준이었는데, 이를 ISO가 권고 차원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ISO 권고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도 GRI 가이드라인을 지킨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GRI 가이드라인만해도 3.3, 4 등 다른 버전을 많이 갖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2015년부터 GRI 4를 준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수상에서 배제되는 점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들은 보고서 자체를 내질 않고 있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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