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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과욕 탓에 '미완성' 갤럭시S5 탄생
SKT, 삼성전자와 협의 마무리 없이 27일 단독 출시
심박기능 법 개정 미완료..다음달에나 사용 가능
2014-03-27 18:46:29 2014-03-28 09:31:16
[뉴스토마토 임애신·정기종기자] 갤럭시S5가 예정보다 보름 앞당겨 출시되면서 당분간 미완성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갤럭시S5에 탑재된 심박센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SK텔레콤(017670)이 제품을 기습 출시하면서 심박 기능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SKT의 과욕이 불완전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박센서 당장 사용 불가능..직원들도 '헷갈려'
 
SKT는 삼성전자(005930)와 갤럭시S5의 출시일을 최종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27일 오전 '단독 출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도 갤러시S5 출시를 서둘러 알렸다.

SKT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T월드 카페에서 1호 가입자의 개통 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가입자는 당분간 심박 측정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SK텔레콤 직영점에 구배된 갤럭시S5(사진=뉴스토마토)
 
갤럭시S5에는 심박센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식약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현행 의료기기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건강관리 목적의 센서가 부착된 제품은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식약처는 운동·레저용 심박센서를 장착한 기기에 대해서는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으나 관련 입법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인증이 진행되는 중에 SKT가 제품을 출시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심박센서는 다음달에나 가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료기기 관련법 개정까지 심장박동 센서는 작동이 안 되는 상태로 공급된다"며 "향후 법 개정 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이 갑자기 풀린 탓에 대리점과 직영점 직원들은 갤럭시S5의 기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구매하면 심박센서가 작동되냐"는 질문에 "바로 사용 가능하다"라고 잘못 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현장에 파견나온 SKT 본사 직원조차 해당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채 잘못된 내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다시 확인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때서야 "맞네요. 심박 측정은 당분간 사용 안됩니다"라는 답이 돌아오기를 수 십번.
 
'S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두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강남 소재 대리점 관계자는 "현재 앱은 설치돼 있다"며 "현재 식약처에서 법 개정 중이어서 실행이 안 되도록 막아놨다"고 말했다. 
 
종로 소재 SKT 직영 대리점 직원은 "S헬스는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삼성 앱'에서 다운받아야 한다"고 했다가 "방금 보니까 갤럭시S5에서 검색이 안 된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삼성 "조기출시 유감"..SKT "물량 순차적으로 확보" 
 
오전까지만해도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직영점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갤럭시S5가 출시된다는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전 중 강남·종로 소재 이통 3사 대리점·직영점 35곳을 둘러 본 결과, SKT를 제외한 이통사 90%는 출시 사실을 몰랐다. 또 영등포와 구로 소재의 경우 이통 3사 대리점 18곳 중  SKT를 제외하고 88%가 출시 사실을 알지 못했다.
 
◇SK텔레콤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갤럭시S5의 판매를 홍보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SKT 직원들은 출시일이 여러번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SKT 직영점 관계자는 "오늘 SKT가 트위터에 출시한다고 올려서 알았지 우리도 출시일을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시(판매 개시)는 어제 됐지만 본사에서 각 지점에 물량을 넘어오는 시기가 두 번 정도 미뤄졌다고 들었다"며 "오후 중에 기기가 온다고 하는데 몇 시에 몇 대나 올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통사 직원들이 기능부터 출시일까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것은 SKT가 급하게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프로모션 등을 위해 이통사에 초도 물량을 일부 공급했는데 이걸 위주로 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시일이 당겨진 것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출시가 이뤄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유감을 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5를 공개할 때부터 글로벌 출시일을 오는 4월11일로 못 박았다.
 
하지만 SKT가 조기 출시를 요청하면서 전날인 지난 26일까지만해도 양 사는 출시일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결국 국내에서만 갤럭시S5가 보름 일찍 출시되면서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공약(空約)을 한 셈이 됐다. 갤럭시S5의 출시 예정일인 다음달 11일은 SKT의 영업정지 기간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SKT가 이통업계 1위로서 자존심 지키기와 더불어 고객 확보를 위해 조기 출시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고객이 최고의 단말과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의 발언도 조기 출시에 대한 SKT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SKT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시인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물량이) 풀리기 시작했으니 삼성 쪽이랑 잘 협조하는 방향으로 얘기 중"이라며 "삼성도 물건을 더 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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