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대해부)⑨두산, 지배구조 안정적..4세 공동경영 관건
2014-02-12 14:11:11 2014-02-12 17:55:2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두산은 국내 100대 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두산의 역사는 1896년 면직물을 취급하는 박승직상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장남인 박두병 초대회장이 박승직상점의 명칭을 ‘두산상회’로 바꾸고, 주류와 축산, 운송 등으로 진출하면서 그룹의 형태를 갖췄다.
 
설립 이후 주로 소비재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두산은 2001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과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각각 인수하면서 사업구조를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위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 식의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됐다. 2009년 모기업인 두산을 인적 분할해 지주사로 출범시키면서 다른 대기업에 비해서는 일찍이 순환출자구조의 폐해를 해소했다.
 
(자료=동양증권)
 
그룹 경영은 박두병 회장의 5형제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지난 2005년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으로 3남 박용오 전 회장 일가가 후계구도에서 제외된 이후 현재까지는 공동경영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다만 지난 2012년 현 박용만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공동경영 원칙이 4세에서도 적용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차례 폭풍으로 끝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산은 중공업의 특성상 전반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밥캣 인수에 따른 부담감과 건설업 부진 등으로 최근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실적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2009년 지주사 전환 이후 지배구조 안정적..관건은 실적
 
지난해 말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펴낸 보고서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두산인프라코어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신규수주 위축으로 실적이 급격히 저하됐다.
 
특히 2007년 49억달러의 거액을 들여 인수한 밥캣의 경우, 미국 모기지 사태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저하를 심화시켰으며, 리파이낸싱 이슈가 불거지는 등 한동안 인수에 따른 후유증을 앓아야만 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높아진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해 2008년 테크팩 사업부문(3920억원)과 2009년 주류사업부문(5030억원), 그리고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KAI(20.54%) 등 4개 계열사 지분을 패키지로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계열사의 흡수합병을 통해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체질 개선을 꾀했다.
 
2009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지배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저하로 지주사 이익이 줄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9월 계열사인 엔셰이퍼와 두산산업차량을 흡수 합병했다. 엔셰이퍼는 두산그룹 계열사에 총무, 복리후생 등 공통지원업무를 제공하며, 두산산업차량은 산업용 지게차 등을 제조·판매한다.
 
합병 당시 두산 측은 “엔셰이퍼는 지주사의 지원업무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두산산업차량은 지주사인 두산의 추가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합병을 실시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인 두산엔진은 금융위기에 따른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과 기수주 계약 취소 및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재무구조 저하와 유동성 부족을 2009년 비상장 일반공모와 2010년 상장 등 두 차례의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일산 제니스, 부산 해운대 제니스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두산건설은 그룹의 큰 짐이다.
 
2008년 두산메카텍과의 합병, 2011년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CB/BW) 발행 등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사업부문 현물출자 등 두산중공업 등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유동성 확보 노력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14일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영업·연구개발 시너지 창출을 위해 100% 자회사인 렉스콘을 합병했다. 렉스콘은 레미콘과 콘크리트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2012년 기준 자산 2016억원에 매출 1769억원, 당기순이익 47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한국산업은행 보증을 통해 2012년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해 두산건설을 비롯해 두산건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실적 개선을 이뤘다.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과 지주사인 두산의 실적을 악화시킨 주범이었기에 두산건설의 실적 개선의 영향은 그룹 전체로 실적을 이어졌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5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적자를 유지했지만 손실폭은 90.8%가량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4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양도한 HRSG(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또 1400억원 규모의 사옥과 투자지분 등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더해지면서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물론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 전반의 부채 비율도 크게 개선됐다. 두산그룹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66%에서 지난해 말 기준 200%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우려 또한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두산건설의 실적 회복으로 두산중공업은 전년 대비 63.5% 증가한 영업이익 96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두산건설에 HRSG(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를 양도하면서 매출액은 9.7% 감소한 19조2082억원으로 집계됐다.
 
◇4세에도 공동경영 이어질까
 
두산그룹은 일반 대기업들과 달리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보통 재벌들이 자녀들에게 직접 경영권을 물려주거나 계열사별로 분할 승계하는 것과 달리 초대회장인 박두병 회장은 자녀들에게 그룹을 공동경영토록 했다.
 
박두병 초대회장은 슬하에 6남1녀(용곤, 용언, 용오, 용성, 용현, 용만, 용욱)를 뒀는데 장녀인 박용언씨와 일찍이 개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6남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현재 5형제가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3남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으로 후계구도에서 제외된 이후 현재까지 3세들이 번갈아 가면서 회장을 맡는 공동경영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졌다는 다소 안도의 전언도 들렸다.
 
다만 2012년 3세 가운데 마지막으로 5남 박용만 두산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부터는 4세로 경영승계가 이뤄질 차례다. 이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12년 박용만 회장이 총수에 오를 당시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3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4세 중에서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박정원 회장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박정원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을 6.4% 보유하고 있다. 이는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4.27%)은 물론 현재 총수인 박용만 회장(4.17%)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그동안 장자를 시작으로 공동경영을 시작했던 점을 감안할 때 박정원 회장이 다음 총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현 박용만 회장이 2012년 취임해 재임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고, 박정원 회장 외에 다른 4세들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경영승계 시기와 4세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두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정리해야
 
최근 수년간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지배구도를 유지했던 두산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금융계열사 정리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했다. 이른바 금산분리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7일 두산그룹의 두산캐피탈, 비엔지증권 등 편법적인 금융계열사 보유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재 및 제도개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보유 중인 금융 계열사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자료=동양증권)
 
당시 두산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의 경우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와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의 지분을, 비엔지증권은 두산캐피탈이 97.82%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두산그룹은 유예기간인 2년 내에 이를 해소하지 못했고, 2010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2년까지 한 차례 연장해줬지만, 이때까지도 두산캐피탈 지분을 해소하지 못해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총 56억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6월 두산캐피탈 지분이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중공업아메리카(DHIA),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DIA)로 변경됐다. DHIA와 DIA는 각각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현지 법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규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는 ‘국내 회사’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두산그룹은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했음에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그동안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 노력을 해왔지만 여의치 않아 해외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했다"며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두산 관계자는 "두산캐피탈 지분 보유 계열사들이 공정거래법상 문제 해소방안으로 매각에 전력해 왔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문제를 무기한 지속시킬 수도 없어 우선 해외 자회사에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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