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머노믹스)②글로벌 경제성장, 여성에게 맡겨라
세계 경제 대통령과 파수꾼..옐런과 라가르드
글로벌 여성 CEO 잇따라..'부드러운 리더십' 호평
2014-01-28 10:00:00 2014-01-28 10:00:00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일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계를 둘러보면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글로벌 경제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다섯 가지 최고 권력 자리로 미국 대통령,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유럽중앙은행(ECB)총재와 독일 총리 자리를 꼽았는데 현재 이 중 미국 대통령과 ECB 총재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여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WSJ은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나머지 두 개 자리도 여성이 차지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재계에도 ‘우먼파워’가 커지고 있다. 여성 CEO들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한계, '유리천장'이 잇따라 깨지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 중 여성 18명..여성 CEO비율 24%
 
경제계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먼저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권에서 '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준을 포함한 세계 177개국 중앙은행 총재가운데 여성 총재는 18명에 달한다.
 
세계 최고의 중앙은행 총재 자리인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쟈넷 옐런 의장을 포함해 엘비라 나비 율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 에드미 베탕쿠르 베네수엘라 총재, 질 마커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재가 그 예다.
 
177개국 중 18명이면 그리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현재 많은 여성들이 각국 중앙은행의 부총재로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여성 총재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후 샤오리안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퐁펜 로엥비라윳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 자비네 라우텐슐래거독일 분데스방크 부총재 등이 그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은행 급은 아니지만 권선주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은행장으로 승진해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금융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여성들의 돌풍은 무섭다.
 
국제 생명보험, 세무, 컨설팅회사인 Grant Thornton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
계 여성 CEO의 비율은 14%로 전년 9%에 비해 3%포인트 올랐다.
 
나라별로는 태국이 49%로 여성 CEO가 가장 많았고 덴마크가 45%, 독일이 40%로 그 뒤를 이었다.
 
<국가별 여성 CEO 비율>
(자료=Grant Thornton)
 
또한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사급)들의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Grant Thornton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임원 비율은 24%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의 20%와 2012년의 21%보다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 이사급 여성 비율>
(자료=Grant Thornton)
 
특히 중국이 51%로 높았고 폴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선진국 중 남성 중심 사상이 강한 일본은 7%에 머물렀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쌍벽..옐런과 라가르드
 
월가 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은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가, 월가를 일컬어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 '전쟁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금융권은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월가를 쥐락 펴락 하는 여성이 있다. 바로 지난 7일 연준의 의장 자리를 맡으면서 전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등극한 쟈넷 옐런이 그 주인공.
 
다음달부터 4년간 연준을 이끌게 된 옐런은 연준 100년 역사 속 첫 여성 수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옐런을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경제 정책가"라고 표현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본격적으로 학자의 길을 걷던 옐런은 1994년 연준 이사회 멤버가 되고, 1997년에는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았다. 그 이후 2004년~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준총재를 지낸 뒤 연준의 부의장으로 역할을 맡았다. 연준에서만 10년 동안 미국의 통화, 금융 정책을 다룬 베테랑이다.
 
특히 옐런은 예리한 예측력과 부드러운 소통 능력으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연준이 금융 위기를 간과했을 때 옐런은 조기에 주택 시장 버블 문제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 리더를 얘기할 때 뺴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의 여성이 있다. 바로 '최고의 아우라'를 지녔다고 평가 받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다.
 
옐런이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면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의 파수꾼이다. IMF 총재는 187개 회원국의 의견을 조절하며 경제 위기에 빠진 회원국에 구제 금융 지원에 관리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2011년 집행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IMF 최초 여성 총재가 된 라가르드 총재는 2005년 프랑스 통상장관으로 발탁돼 정치계에 입문해 2007년 프랑스 42번째 재무장관으로 취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서방 선진국 7개국과 러시아로 이루어진 G8 국가 중 사상 최고 여성 재무장관이기도 했다. 또한 2009년에 파이낸셜타임즈(FT)는 라가르드 총재를 유럽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선정했다.
 
지난 2012년에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중 한 명으로 꼽혔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도 8위를 차지했다.
 
◇유리천장은 없다! 글로벌 여성 CEO들
 
재계에서도 여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의 수장으로 여성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의 여성 CEO들로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메리 바라 GM CEO, 인드라누이 펩시 CEO, 멕 휘트먼 휴렛패커드(HP)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퍼트리샤 우츠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CEO, 메를린 휴스 록히드마틴 CEO 등이다.
 
가장 최근에GM이 메리 바라 당시 글로벌 제품 개발 담당 부사장을 차기 CEO로 내정해 이목을 끌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계에서 여성 수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특히 미국에서 빅3(포드, GM,크라이슬러)라고 불리는 자동차산업 가운데서도 1위 업체인 GM에서 여성 최고경영자가 임명된 것은 전 세계 경제계에 미치는 상징성이 크다.
 
바라는 1980년 인턴으로 GM에 입사해 내부 승진을 거듭하며 '유리천장'을 부순 인물이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개발 담당 부사장을 맡으며 자동차 플랫폼 단순화와 호환 부품수 축소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미셸 크랩스 에드먼즈닷컴 애널리스트는 "여성이 미국 최고 자동차업체의 수장에 오른 것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며 "메리 바라는 아주 능력있는 경영인"이라고 극찬했다.
 
또 한명의 사랑받는 여성 CEO가 있다. 바로 마리사 메이어다.
 
마리사 메이어는 구글 설립 엔지니어로 구글 웹 검색과 Gmail의 UI 서비스 등을 지휘했다. 이후 메이어는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겼는데 메이어가 야후의 CEO로 취임했을 때 야후는 내부 혼란으로 5년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었다.
 
메이어는 적극적인 M&A로 야후의 주가를 두배 넘게 끌어올리고 야후 방문자를 20%나 증가 시키는 등 활약을 톡톡히 했다.
 
2010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서른 일곱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로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 여성 CEO 중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인드라 누이'역시 빼놓을 수 없다. 누이는 코카콜라를 제치고 펩시를 업계 1위로 만든 존경 받는 여성 CEO중 한 명이다.
 
또한 인도 출신인 누이는 외국인의 신분으로 미국 CEO자리까지 올랐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 외국인 여성이 넘어야 하는 난관은 더 높기 때문이다. 
 
누이는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부드러운 리더십 꼭 필요"
 
그렇다면 이렇게 경제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성 경제인들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성공한 여성 경제인들은 남성적인 리더십과 더불어 부드러움과 꼼꼼함을 함께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옐런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때론 비둘기의 눈이 매의 눈보다 정확하다"며 "옐런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고 누구보다 날카로운 예측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 역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라가르드 총재에 대해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유머 감각을 갖고 있고 갈등 속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여성 CEO들 역시 부드러운 포용력과 카리스마를 함께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라 GM CEO에 대해 밥 랏츠 전 GM의 생산 총괄 담당자는 "바라는 부드럽고 균형 잡힌 글로벌 시장 전략의 핵심 수행자"라고 평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부드러운 여성의 리더십이 큰 역활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임스 튤리 글로벌 회계법인인 어니스트 앤 영 CEO는 "여성이 갖고 있는 강인함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계에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깨질 것 같지 않던 많은 곳에서 유리천장이 깨졌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기업에서 여성 CEO의 비율은 아직 낮다.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중 여성 CEO비율은 아직 4.2%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여성 인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할당제를 도입해 효과를 거뒀다. 프랑스 또한 2010년 3년 내 20%, 6년 내 40%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충족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외국의 연구들과 글로벌 리더들이 여성 인재를 활용하면 기업의 경영 성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이미 증명한 만큼 앞으로도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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