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NL게임즈 김민PD "게임문화 따뜻하게 봐주길"
2013-12-01 10:14:41 2013-12-01 12:00:5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한국에서 게임을 좋아하면 ‘오타쿠, 오덕’이라는 조롱을 받아요. 게임마니아 문화를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며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코리아)에서 ‘SNL게임즈’를 기획했습니다.”
 
지난달 23일 방송을 끝으로 잠시 휴식에 들어간 TvN SNL코리아의 최대 히트상품은 ‘SNL 게임즈’가 아니었을까.
 
이 SNL게임즈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입사 5년차인 김민(31) PD다. 지난해 ‘여의도 텔레토비’로 대통령선거 과정을 풍자해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더니, 올해는 게임 마니아들의 문화를 절묘하게 방송에 녹여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예를들어 락스타사가 만든 오픈월드게임 GTA(grand theft auto)를 패러디한 ‘GTA경성’에서 탤런트 김영인이 등장해 ‘내가 고자라니!’라고 외치는 씬은, 수많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이다.
 
또 ‘GTA군대2’에 등장한 전프로게이머 홍진호가 ‘2’를 강조하는 모습은, 게임 대회에서 여러 차례 2위에 그쳤던 그의 경력을 풍자해 큰 재미를 준다.
 
‘GTA조선’을 시작으로 GTA강남, GTA군대를 비롯해 캡콤의 호러게임 레지던트이블, 넥슨 카스온라인2도 각각 패러디해 큰 재미를 준 김민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민PD(사진=최준호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SNL게임즈를 보면 상당한 게임마니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 닌텐도의 패미컴으로 시작해 콘솔게임기용 게임을 많이 즐겼습니다. 그러다보니 PC통신을 사용하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마니아들이 많은 게임동호회에 가입했구요, 요즘에도 루리웹과 같은 게임 커뮤니티를 자주 사용합니다.
 
-루리웹에서는 직접 현직PD라고 밝히고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달심선생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내 ‘많이 본 글’ 게시물에 자신의 글이 등록되기 바라는 이상한 PD로 유명합니다(웃음).
 
처음에는 걱정도 좀 했지만, 많은 게이머분들이 응원 쪽지도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능PD로 직업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사실 처음에 CJ E&M(130960)에 PD로 지망했을 때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경력을 쌓아오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송을 만드는데 보람을 느껴, 현재는 SNL코리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SNL게임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가요.
  
▲ GTA5가 나오기 전부터 SNL코리아 식구들이랑 이런 게임이 나온다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GTA5는 추석연휴 하루 전날인 지난 9월 17일 발매됐는데요, 다른 수많은 게이머들처럼 저도 국제전자상가에 아침부터 줄을 서서 겨우 게임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추석연휴 동안 정말 즐겁게 게임을 즐기다가, 이걸 패러디해서 방송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지나치게 게임을 좋아하면 ‘오타쿠’라며 조롱을 받아요. 게임마니아 문화를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며 ‘SNL게임즈’를 기획했습니다.
 
◇첫 작품인 GTA조선, 게임의 액션신을 훌륭하게 방송에서 재현해 큰 호평을 받았다(사진=SNL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쳐)
 
 -첫번째 방송까지 준비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요
 
▲첫 방송이 지난 9월 28일 토요일이었는데, 그 주 화요일에 제작이 결정됐습니다. 작가분들이랑 수요일까지 대본을 마무리했고, 목요일 하루 만에 촬영을 마쳤습니다.
  
이후 방송 당일까지 겨우 편집시간을 맞춰서 첫 작품인 ‘GTA조선’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역시 카메라감독님 등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게임과 촬영방식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게임 화면을 찍어서 촬영스텝들에게 설명했고, 배우들에게는 게임 케릭터들의 움직임을 재연하도록 일일이 연기지도를 해야 했습니다.
  
반면에 주인공을 맡았던 김민교 형이 GTA4편을 해본 경험이 있어, 빠르게 촬영해 적응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었죠. 한번만 설명하면 그걸 그대로 연기로 표현하시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내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 우선 GTA경성 편에 김영인 선생님이 과거 야인시대에서 자신의 장면을 패러디하셨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저는 SNL코리아의 힘은 스스로 자신을 풍자하는 ‘셀프디스’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날 선생님은 자신을 내려 놓으시고 “내가 고자라니!’만 한 40번 정도 반복하다 가셨습니다(웃음).
 
또 촬영스텝들에게도 정말 신사답게 따듯하게 대해주신 점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SNL게임즈에 심영이라는 케릭터를 김영인이 스스로 풍자하는 모습(위), 김민PD가 임요환이 등장하는 장면을 편집하는 모습(아래)(사진=SNL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최준호 기자)
 
또 마지막에 찍었던 카스2 임진왜란에서 전프로게이머 임요환이 “콩은 까야 제맛이지”라며 홍진호의 화를 돋구는 장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본에는 없던 장면으로 임요환이 즉석으로 연기한 애드립이었는데, 약간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더 재미를 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없나요
 
▲ 캡콤의 호러게임, ‘레지던트이블’ 시리즈를 패러디 했던 ‘레지던트이불’이 좀 아쉽습니다. 저는 시리즈 1편의 분위기를 살려서 촬영했는데요, 많은 시청자분들이 제가 넣은 재미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아마 4번째 시리즈를 패러디했다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요. 대중적인 재미와 게임마니아들의 코드 사이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접점을 찾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반대로 힘들게 만든 장면이 화제가 되지 않아서 섭섭했던 적은 있나요.
 
▲ GTA강남 편에서 주인공이 쓰고 나왔던 모자는, 실제 GTA5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쓰고 있는 모자입니다. 게임유통사에서 직접 제게 보내준 소품으로, 방송 후 화제가 될 줄 알았는데, 많은 게임마니아분들도 잘 눈치를 못채셨습니다.
 
또 카스2임진왜란 편에서도 일본 장수로 가면을 쓰고 임요환이 등장하기 전에, 방송화면에 ‘SLayerS_BoxeR’라는 임요환의 아이디가 먼저 노출됩니다.
 
◇임요환의 아이디를 노출해 복선을 깔아주는 모습. 김민PD는 이런 소소한 재미도 시청자들이 느껴주길 원했다(사진-최준호 기자)
 
이런 소소한 재미요소들을 시청자분들이 찾아내지 못하시면, 연출자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SNL코리아의 다음 시즌에서도 ‘SNL게임즈’를 볼 수 있나요?
 
▲ 내년 3월에 다음 시즌이 시작하는데요. 당연히 SNL게임즈는 계속 만들 것입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 갈지는 아직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게임마니아와 일반 대중들의 웃음코드의 교집합을 찾는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게임마니아 문화가 사회에서 따듯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든 작품인데, 마니아들만 이해하고 대중에게 재미를 못주면 방송으로서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만약 김민PD가 모든 책임을 지고 프로그램을 새로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으세요?
 
▲아직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40~50대 시청자분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똘이장군이나 각시탈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부분이랄까요?
 
아무래도 SNL게임즈 같은 경우는 지금 20대, 30대들이 “아 나도 저거 알아”라는 반응을 보이며 좋아해 주시는데, 중장년층과 함께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판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