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요즘 휴대폰으로 발신번호 '02-784'가 뜨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피감기관으로서 당연한 업무지만 이유없이 무조건 제출하라는 요구에 당황스러운 경우가 적지않다"
동양사태 때문에 여론의 십중포화를 받고 있는 금융당국의 한 실무담당자의 얘기다. 국정감사를 비롯해 국가기관에 대한 감사는 일상화됐지만 국회의 과도한 요구에 관가에선 '피로 국감'이란 말도 더러 나온다.
올해는 피감기관만 600개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정감사다. 최근 피감기관 수가 많아지면서 '부실 국감'이라는 우려가 있자 해당 위원회 의원들은 더욱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임시국회나 정기국회 때 제출한 자료인데 다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원 한 사람이 요구하는 자료는 20~70건으로 중복된 자료를 합치면 A4용지로 10만쪽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사진=김민성기자)
이와 함께 "과거에 실시한 설문자료나 부서의 5~10년간 물품구입 영수증을 제출 요구 받은 부서도 있다"고 전했다. "국감 시즌이 되면 인쇄소 복사기가 쉴틈이 없다"며 뼈있는 농담도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요구자료 대부분은 감사에 필요한 것이지만 간혹 제출해야하는 이유가 불분명한 자료도 요청받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당국 관련 문건이다보니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해결에 쓰거나 학위 논문 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약 보름이 걸려 준비한 자료를 제출하고 막상 국감 현장에 가면 허무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며칠 밤과 주말에 출근해 정리한 자료를 소위 '열공'해서 가면 해당자료에 대한 질의시간이 10분이 채 안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즉 감사 자체는 의무로 받아들이지만 무리한 자료요구에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감사기관인 국회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무위원회 모 의원실 관계자는 "양질의 감사는 풍부한 자료에서 시작된다"며 "정말 필요한 자료 요청에도 그럴듯한 이유로 넘기다 국감 기간에 임박해서야 제출하는 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부처를 윽박지르거나 정치적 목적을 이용한 요구는 고쳐야 하지만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더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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