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게임 규제 준수에 최소 1천억원 든다"
'게임 규제의 기술적 의미와 법률적 검토' 세미나
2013-09-09 18:12:29 2013-09-09 18:16:07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웹보드게임 규제안(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의 법적근거가 극히 미약하며, 기술적으로도 거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또 이같은 규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게임사별로 최소 1년에 1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9일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게임 규제의 기술적 의미와 법률적 검토' 세미나가 이원형 한국컴퓨터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게임산업진흥법’의 시행령과 관련해 "대표적인 문화산업인 게임을 사실상 ‘사행사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으로 ▲게임이라는 문화산업의 사행산업화 ▲시행령개정안의 모호성과 국민의 행복추구권 침해하는 법적인 문제 ▲기술적 어려움 등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게임 규제의 기술적 의미와 법률적 검토 세미나 현장(사진=최준호 기자)
 
‘문화적 관점에서 본 게임물 이용금액 제한의 법률 문제’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윤명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게임사업자들은 서비스의 본질을 희생해오며 자율규제를 강도 높게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업계의 자율 규제를 마치 법적인 규제인 것으로 오인하고 착각하면서 사업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명 교수는 “현재 게임법은 게임머니의 재산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규제안은 게임머니의 재산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보면 모든 웹보드 게임을 포함해 온라인 게임을 모두 도박의 프레임에 가두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한국법제연구원의 김지훈 박사도 “이번 규제안은 카지노나 복권과 같은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그대로 차용해 이질적인 웹보드 ‘게임’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서로 다른 것(게임과 사행사업)을 같은 것으로 보는 시도로 헌법상 평등의 관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인 게임산업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상 ‘사행산업’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지적된 부분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담고 있는 규제의 모호성이다.
 
김지훈 박사는 “규제안에 나와 있는 ‘게임머니 30만원’은 각 회사나 게임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어 정확한 기준이 없고, ‘1회 게임 당 3만원 내 사용’ 같은 부분을 로그인 기준으로 볼지, 승부가 결정된 1판 기준으로 볼 것인지 등 모호한 부분이 명확성 원칙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또 “이 같은 규제안은 불법환전을 차단하려고 만들어 졌지만, 이용자가 웹보드 게임을 통해 추구하는 재미·만족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해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가 지켜야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웹보드게임이 '환금성'을 보장하지 않고, 확률이 아닌 개인간의 승부가 게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일반적인 사행사업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출처 = 웹보드게임 이용상대방 선택 금지 규제의 개발 및 이용과정의 문제(연세대학교 게임연구센터 권민석 박사)
 
과잉금지의 원칙은 헌법 37조 2항에 따라 국가가 필요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경우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잃는 게임머니를 게임사가 체크해 셧다운(게임 강제 종료)해야 하는 점이나, 게임 자동진행을 금지시키거나 무작위 게임 매칭만 할 수 있게 하는 점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지적됐다.
 
이번 규제안에 따르면 게임사는 사용자가 10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잃게 되면 24시간 동안 접속할 수 없도록 감시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사당 1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훈 영산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수많은 이용자가 10만원 이상을 잃었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판단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게임과 비슷한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 제1금융권에서도 실제 데이터서버에서 분석하지 않고 데이터를 백업한 이후 사용자의 금융 흐름을 분석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은행 같은 제1금융권에서는 이 비용으로 1년에 1000억원 가량을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진행금지 규제’와 관련해서는 게임 내에서 자동 진행이 불가능한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점과 매크로 장치 등 다양한 회피 수단때문에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더불어 웹보드 게임 내에서 ‘무작위 상대방 매칭’ 방식으로만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규제에 대해서는 최근의 글로벌 게임트렌드가 어떻게 사용자들을 매칭하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사용자 매칭 문제를 법으로 규제하면 게임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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