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nJ 인스티튜트. 이름만 언뜻 들어선 하는 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곳은 농업정책과 농업인, 농촌문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 이름은 ‘Globalization Strategy Networking Journal’을 줄여 만든 것으로 ‘농정 연구 허브’로서 역할을 찾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연구소는 설립취지를 통해 그 바람을 이렇게 풀어놨다.
“농업인, 소비자, 도시민이 서로 상대방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GSnJ는 우리 사회가 그 길로 가기 위해 중앙과 지방의 정책담당자, 관련기관, 농업인과 단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철저한 탐구와 검증'을 거쳐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이곳은 농정연구소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독립성을 생명처럼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구소 스스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를 롤모델로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이정환 원장은 “미국에도 물론 진보, 보수 다양한 이념색을 지닌 연구소가 있지만 ‘브루킹스’는 독립성 면에서 오래도록 신뢰를 얻고 있다”며 연구소는 객관적 진실이 뭔지 탐구하고 연구결과는 정부, 기업, 이익단체 영향에서 “철저히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연구를 수탁 받은 발주처와 의견이 안 맞아서 중간에 과제를 돌려준 일도 있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아마 정부쪽에서도 우리에게 연구를 의뢰해선 반드시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란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 FTA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찬반이란 대립된 입장의 어느 한편을 지지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부 대책의 쟁점을 짚고 해법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FTA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구소의 목소리는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비판의 결이 다르지만 연구결과는 ‘합리적’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GSnJ’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6년동안 재직한 이정환 전 원장이 2005년 퇴임 이후 같은해 퇴직금을 털어 넣어 만든 곳이다. 연구분야는 현재 농정 중심이지만 환경자원연구센터와 아시아·아프리카 협력연구센터를 만들어서 연구영역을 계속해서 넓혀나갈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도시화, 세계화 맥락에서 농업을 바라보면 환경문제나 동북아전략도 등한시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소는 현재 20명이 넘는 연구인력을 두고 있지만 상근자는 3명에 그친다. 민간연구소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상근 인력은 최소화 하고 IT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활동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다. 연구소는 실제 격주로 '시선집중 GSnJ'라는 리포트를 웹을 통해 배포 중이다. 쌀동향, 한우동향 등 각종 연구자료와 연구보고서도 온라인상으로 꾸준히 발간, 소개하고 있다.
연구소가 설립 10년차를 맞게 되는 내년엔 이정환 원장이 물러나는 대신 운영진을 개편할 방침이다.
그동안 연구소를 만들고 이끌어온 배경에 대해 이 원장은 “농업 쪽으로 연구원 생활을 오래 해왔으니 그걸 통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성직자는 교리로, 정치가는 연설로 세상을 바꾸지만 연구소 역시 정확한 분석으로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GSnJ 인스티튜트
◇"식품은 곧 문화..값 싼 수입품 들어온다고 국내시장 단박에 무너지지 않아"
"소비자 선택은 미묘한 데서 갈립니다. 농가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농축산물 생산과 상품성 제고에 신경 쓰고 정부는 농가가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불제로 탄탄하게 뒷받침해줘야죠."
이 원장은 시장 개방 문제에 직면한 국내 농업 현실에 대해 '원칙적 해법'을 강조했다.
지난 1980년부터 줄곧 농정연구원에서 일해온 이 원장의 설명은 각종 현안에 대해 막힘 없이 줄줄 설명을 이었다.
그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부 등 어떤 정부를 거치더라도 일관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연구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정환 원장과의 인터뷰.
사진제공: 이정환 원장
- 농업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농업’과 ‘개방’이 양립할 수 있을까.
▲이미 개방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시대다. 그것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개방을 어떤 순서, 어떤 속도로 할 거냐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개방화 전략의 구체적 수단으로 FTA를 추진하는 것도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업이나 농촌도 국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개방화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그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농가에 대한 피해보전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국내정책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는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문제다.
정부가 작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피해보전은 얼마큼 철저히 해주느냐에 따라 국가 보호라는 울타리 안에서 농가가 어떤 농산물을 생산하고 상품화 할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식품이라고 하는 것은 섬세하고도 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시장이 초토화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채소나 과일 축산물이 그렇다. 실제 현실이 그렇다. 소고기가 미국산도 들어오고 호주산도 들어오지만 평균가격에서 2~3배 비싼 한우가 계속해서 소비되고 있다.
소고기는 개방된 지 수십 년 됐지만 소비자가 끊임없이 품질을 평가해서 한우가 맛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맛이 있는가, 없는가 그런 미묘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외를 봐도 개방 이후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일본도 사과시장 개방돼서 미국산 마구 들어오지만 국내산 소비가 꾸준하고 EU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는 EU와 FTA 체결하고도 국민들이 자국 과일을 주로 이용한다. 수입 농산물을 전혀 무서워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지레 겁먹고 질겁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식품은 문화다. 가전제품과는 다르다. 식문화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만 갖고 선택하지 않는다. 식품안전에 대해서도 소비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배추도 중국에서 수입 자유화 돼 있고 실제 들어오고 있지만 소비자는 중국 배추 굳이 안 사는 거 아닌가. 다시 말해 맛이나 안정성 쪽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믿음을 주면 시장 개방과 국가 발전이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개방화 영향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포도의 경우 미국산 칠레산이 들어와서 국내산을 대체한 건 아니지만 사과나 딸기 등 다른 과일 소비에 영향을 줬다. 또 교역상대국에 풍년이 들면 밀어내기 수출도 할 것이고 환율이 막 떨어지면 별안간 수입농산물이 싸게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보전직불제로 정부가 탄탄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또 농가는 내가 만든 상품이 어떻게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건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 건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농협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쌀은 예외다. 쌀은 다른 곡물하고 다르다. 쌀은 우리 경지면적의 반을 차지하고 농가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고 있다. 거기다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도 주식이고 가장 중요한 식품이다.
쌀이 흔들리면 나머지 농지까지 굉장히 불안하게 된다. 국산 쌀 소비가 줄면 기존 쌀 농지가 다른 농지로 가야 하는데 그게 콩으로 가든 채소로 가든 가격도 폭락할 거다.
때문에 정부가 그런 건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쌀은 FTA의 관세 철폐 품목에서 예외로 둬야 한다. 예를 들어 고추나 마늘 같은 경우 미국에 대해선 풀고 중국은 안 풀고 그런 식으로 나라마다 선택적으로 개방하는데 쌀은 어떤 경우라도 관세 철폐 품목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
사진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은 국민 1인당 경지면적 세계 최저수준..곡물 수입은 불가피"
- 정부의 피해보전으로 농가가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정부가 피해나 보전하다가 농업을 안락사 시키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이 110평이다. ‘농민 1인당’이 아니라 ‘국민 1인당’이란 게 중요하다. 이 정도로 경지면적이 작은 나라는 일본하고 우리나라 정도다. 중국이 우리 세 배 정도, 네덜란드가 우리 네 배 정도다.
우리는 지금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이 가장 작은 나라인데 여기서 농산물을 다 생산할 수 없다. 그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지면적이 저렇게 작다면 해외의존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자급률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팩트를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가축은 사람이 먹는 것보다 5~10배 많은 곡물을 필요로 한다. 소고기 1kg 얻기 위해 곡물 10kg, 닭고기 1kg 얻는 데 곡물 5kg 필요하다. 그런데 우린 고기 수요도 계속 늘고 있지 않나? 축산용 사료를 얻는 데도 국내 곡물 생산량으론 어림없다.
물론 분뇨가 거름 되고 그게 다시 사료도 되는 식으로 순환이 되는 게 이상적이긴 하다. 그런 노력도 해야 하지만 당장 한우고기 먹고 싶고 국산 돼지고기 먹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는데 그런 사료를 어떻게 대야 하나? 그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밀처럼 자급률이 심각하게 떨어진 사례가 있지 않나.
▲밀의 경우는 좀 다르다. 밀가루는 미국산이나 호주산이나 캐나다산이나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에도 물론 고급밀이 있긴 한데 우리가 보통 빵이나 국수 등 가공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아이오와에서 나온 거나 미네소타에서 나온 것이나 굳이 원산지를 따지지 않는다.
옥수수, 대두 같은 것은 사료용으로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외국산이 순식간에 국내시장을 채운 경우다. 그런 작물은 가공해 먹고 사료로 쓰이고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미묘한 선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채소, 과일, 축산물과 동일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보전직불제, 피해보전직불제로 농가에 확실한 믿음 줘야"
- 정부 대책은 충분했다고 보는가.
▲FTA 대책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게 피해보전 직불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가 소극적이다. 피해보전 직불제는 한국과 칠레 FTA 당시 5년간 평균값이 15% 떨어지면 80%까지 보전해준다는 식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값이 15% 떨어지면 채소 과일 축산물은 소득의 30~40%가 감소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그 정도로 보전해줘서는 사실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보전해주는 수치가 85%, 90%까지 올라갔는데 이걸 100%까지 보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은 지금 보전을 많이 해주는데 다른 농산물의 피해보전도 지금 쌀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농가가 사과 농사를 지을 건가 말 건가, 투자를 할 건가 말 건가 정하는 건 미래 가격에 대한 예측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격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 사과 하나에 200원에 팔린다면 앞으로도 그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믿음, 설사 가격이 떨어져도 100원까지 떨어지진 않는다는 예측 가능성을 정부가 줘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일본하고 스위스의 경우가 그러한데 농산물 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80, 90% 보전해준다. 설사 농산물 개방으로 자국 농산물에 피해가 가더라도 정부가 보전해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산물 값이 떨어졌는데 정부가 왜 물어줘야 하느냐는 시각도 있었고 농민 입장에선 정부가 진짜 보전해주겠느냐 믿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보전직불제, 소득보전직불제 도입되는 식으로 가고 있지 않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소득보전직불제나 피해보전직불제를 두텁게 만들어서 100% 책임은 못 져도 90% 이상은 책임진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정부는 ‘농가에 무슨 농사를 지으라고 하나, 어떤 농약을 쓰라고 하나, 품종은 어떤 걸 고르라고 하나’ 그런 걸 고민했다. 그런 것은 농가에 맡기고 정부는 가격과 작황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시장개방에 대해 방향을 잘못 잡고 돈도 잘못 써온 것이다.
그 예산이 13, 14조 들어가고 지원사업도 수백 가지 되는데 지원이 가더라도 소수의 농가들에만 혜택이 가니까 지원 못 받은 농가는 그대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원예산이 기업체에 가서 말썽이 되기도 하고. 정부는 농업 경쟁력을 향상시켜 FTA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다는 것인데 아쉬움이 크다.
사진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농식품부 공무원이 당장 중국 뛰어가서 배추 사온다고 해결될 문제 아냐"
-정부의 이번 유통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농산물 유통문제에 대해선 보통 유통단계가 많아서 문제라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직거래 늘리자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존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있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있는 건데 그걸 줄이고 직거래 늘리자? 그렇게 해선 해결 안 된다.
밭뙈기라고 아나? 배추가 어느 정도 자라면 배추밭을 통째로 사고 팔게 되는데 일단 시장과 농가 사이에 밭뙈기 상인이 끼니까 유통단계가 느는 건 사실이다. 이 상인을 없애자는 이야기도 하는데 농가가 바보라 그렇게 밭으로 팔겠나? 자기들이 직접 파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추를 정식(定植: 밭에 옮겨 심는 작업)한 다음에 상인에게 팔면 농가 입장에선 수확기에 배추 값이 떨어져도 이미 돈을 받았기 때문에 손해를 안 보게 된다. 그게 위험관리다.
배추 가격을 미리 치러서 나중에 값이 올라 손해를 보더라도 그게 낫다고 판단을 해서 밭뙈기를 하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배추 작황을 관리해주면 농가도 밭뙈기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밭뙈기 상인을 없애는 것보다 농민들이 농사짓는 데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유통단계마다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지 밭뙈기 상인 없앤다고 구두계약을 서면계약 하라, 계약을 신고하라 하면 농가만 복잡해지는 것이다.
물론 직거래 장터가 만들어지는 건 좋다. 하지만 그건 지류다. 주류가 그대로면 지류도 안 바뀌는 것이다. 유통 직거래 장터를 만들고 그게 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혼란만 준다. 지금 채소 같은 경우 엽채소의 80~90% 밭뙈기 하는데 정부가 작황보험제도 이런 걸로 가격 불안 해소해주면 농가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게 과일과 채소 작황은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이 있다는 점이다. 배추 파동 기억하겠지만 고랭지 배추는 평창군, 정선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곳이 몇 군데 정해져 있다.
8월에 나오는 배추는 정선군 몇 미터 높이 경지에서, 9월에 나오는 배추는 또 몇 미터 높이 경지에서, 이런 식으로 여름배추 나오는 공급지역이 다 정해져 있는데 마침 기상이변으로 거기 폭우가 쏟아진다면? 그런 건 결국 소비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대통령이 펄펄 뛰고, 농식품부 직원이 중국으로 뛰어가서 배추 사오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특수한 요인에 의해 생기는 가격 등락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는데 정부나 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이다.
그렇게 급하게 중국에서 배추 물량 수입했다가 나중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손해보고. 농협 보고 당장 계약재배 하라고 했다가 농협은 농협대로 손해 보고. 농산물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고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전장치를 만들고 계약재배를 활성화하려면 5년이든 10년이든 차곡차곡 시스템이 쌓이게 해야 한다.
사진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동부한농 사태? 문제의 본질은 대기업 진출 아닌 국가 특혜에 있다"
-동부팜한농 사태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기업이 들어와서 문제라는 시각이 대부분인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부가 FTA 대책으로 농업 경쟁력 향상 대책을 내놨는데 그 중 하나가 첨단 유리온실시설을 만든다는 것 아닌가.
정부가 간척지에 기반시설 정비해주고, 저리의 융자금으로 싼값에 임대해주고, 그런 식으로 특혜를 줘서 나온 토마토가 내 농산물에 영향을 주면 농민 입장에선 당연히 환장할 노릇이 될 수밖에 없다.
동부라는 대기업이 들어와서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특정인에게 그런 식의 특혜를 줬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그게 대기업이어서 이슈화되고 국민감정에 호소할 수 있었지,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식이었다면 토마토 농가는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을지 모른다.
정부가 그런 식으로 경쟁력 향상 대책을 세워선 안 된다. 농가도 농사 잘 짓는 농가, 못 짓는 농가 있고, 농사 크게 짓는 농가 있고 그렇지 않는 농가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거기 개입해서 특정대상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자기 돈 들여 유리온실 짓고 대대적 사업 벌이는 건 괜찮은가? 예를 들어 국가로부터 특혜를 안 받고 삼성이 들어오는 건 괜찮은가? 어려운 문제인데 현재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땅을 소유 못하게 돼 있으니까. 물론 임대, 임차 형식은 가능하다. 동부팜한농이 그렇게 들어오려던 것인데 이번 일로 더는 그렇게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FTA 경쟁력 대책으로 대기업 들어와도 좋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새만금지구는 대기업에 임대해주는 걸로 돼 있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쟁력이 그렇게 향상될 것이라는 건 사실 망상인데 과연 누가 좋다고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소비자? 생산자? 분명한 건 정부가 수출농업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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