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30일 폐막..'한나 아렌트' 큰 호응
2013-05-30 11:18:03 2013-05-30 11:20:52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올해로 15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30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날 오후 7시 메가박스 신촌에서 영화 '간지들의 하루',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의 사회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아시아 단편경선 GS칼텍스 최우수상과 우수상, 관객상과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부문의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극영화 부문의 메가박스상, 서울여성비전상 등에 대한 수상이 진행된다.
 
극영화 부문 메가박스상에는 기획개발비 1300만원, 서울여성비전상에는 기획개발비 1000만원, 다큐멘터리 부문 최고 프로젝트에는 '옥랑문화상'과 제작지원비 15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예년과 달리 4월이 아닌 5월에 열린 이번 영화제는 설렘과 기대, 도약, 환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쉬즈 커밍(She's Coming), 그녀가 온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영화제 고유의 가치와 의미,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쏟았다.
 
우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중견 여성감독의 신작과 화제작들이 상영됐다.
 
개막작은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감독으로 불리는 샐리 포터의 '진저 앤 로사(Ginger & Rosa)'였다. 샐리 포터는 데뷔작 '스릴러'와 버지니아 울프의 고전을 영화화해 여성영화의 컬트가 된 '올란도'로 유명세를 탄 감독이다.
 
'진저 앤 로사'는 1968년 정치 혁명과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정치적 좌파 부모 밑에서 성장한 두 소녀의 정치적 실험과 성(性) 해방, 우정을 다루고 있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주인공 진저의 시선을 통해 야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 아역스타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르 패닝이 이상주의자이자 정치적 각성을 통해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진저를 맡았고, 제인 캠피온 감독의 딸로 유명한 앨리스 엔글레르트가 진저의 단짝 친구이자 자유주의적 실험을 감행하는 로사를 연기했다.
 
◇개막작 '진저 앤 로사' 스틸 (사진제공=영화제 집행위원회)
이와 함께 중국의 떠오르는 여성감독 리 위의 '2차노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 '꿈팔이 부부 사기단', 전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 명인 영국의 킴 론지노토의 '살마', 캐나다의 국민배우이자 감독인 사라 폴리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등 최근 전세계 여성감독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상영됐다.
 
또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과거 여성인물의 삶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도 소개됐다. 독일의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하는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의 '한나 아렌트'가 영화제 기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영화는 '악의 평범성'을 집필, 발표하던 시기 한나 아렌트의 실화를 중심으로 광폭의 역사 속을 예리한 통찰과 강한 의지로 돌파해나갔던 여성 철학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제 기간 두 차례 상영된 '한나 아렌트'는 티켓 발매와 동시에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리즈 가버스의 '러브, 마릴린'은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 장면과 마릴린 먼로의 그림과 일기, 편지 등을 다른 여배우들의 재연을 통해 재구성한 독특한 다큐멘터리로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코코 샤넬로 불리는 디자이너 노라노의 일생을 집중 조명한 김성희 감독의 '노라노'도 만나 볼 수 있었다.
 
'여배우, 카메라를 든 뮤즈' 섹션에서는 스타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여성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방은진, 구혜선 등 감독으로 변신한 여배우들의 장편 극영화가 두 편이나 소개됐고, 윤은혜가 단편 '뜨개질'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들의 작품 외에도 영화 '뮤리엘'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델핀 세리그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 '비 프리티 앤 셧 업(Be Pretty and Shut Up), 캐나다 배우 출신 감독 사라 폴리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Story We Tell)' 등이 선보였다.
 
◇윤은혜 연출 '뜨개질' 스틸 (사진제공=영화제 집행위원회)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시선이 어떻게 폭력과 테크놀로지, 통치성의 문제를 다르게 정치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여성주의적 시선이 어떻게 생태와 환경, 공간의 문제를 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또 여성영화네트워크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잠재력을 개발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피치&캐치 LAB 교육강화, 신진 감독의 인큐베이팅 강화, 세계여성화제 네트워크 발족 및 국제포럼 개최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영화제의 재정 안정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10년의 약속'이란 이름으로 발전기금 모금 운동을 지난 2월부터 총 100일간 벌여왔다. 3억원의 모금을 목표로 했으며 이 기금은 영화제 운영과 여성미디어센터 건립, 여성영화 온라인 스크리닝, 여성전문제작학교 등 다양한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 24일부터 열린 제15회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진저 앤 로사'를 비롯해 28개국 100여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이 가운데 23편의 영화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제 관계자에 따르면 '한나 아렌트' 외에 삼성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홍리경 감독의 '탐욕의 제국'과 공교육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등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제를 찾은 40대 남성 관객은 "흔하게 접하지 않은 영화들이 다양하게 상영됐다"며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고뇌와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 가운데 특히 가슴에 와닿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여성영화제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 후원회원, 특히 10년의 약속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영화제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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