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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식민지 한국)②중국發 `식품인플레`..수입 가격 '들썩'
저가 먹거리도 `수요폭발`에 폭등..곡물비축 확대 필수
2013-05-15 13:00:00 2013-05-15 13: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수입 먹거리에 대한 국내 식탁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영향 등으로 곡물 뿐만 아니라 수산물, 축산물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 현상 등 기후변화에 따른 가격급등은 국내 식탁물가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따른 중국발 식품 인플레이션 등으로 수입 식품값이 상승, 국내 식탁물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FTA 효과 등으로 수입산 먹거리 '확대'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대비 4.3%, 전기대비 0.7% 증가한 7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FTA 양허관세 인하(연차별 관세감축)에 따라 수입이 상승한 것.
 
 
 
품목별로 보면 곡물이 가장 큰 수입 비중을 차지하지만 축산물과 신선과일 등의 수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FTA 관세인하 효과로 수입이 늘었다"며 "1분기 수입 중 가장 큰 증감을 보인 농축수산물은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포도 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FTA 효과 등으로 소비자들의 식탁에도 벨기에산 삼겹살, 노르웨이산 고등어, 칠레산 홍어, 미국산 오렌지 등 수입식품이 자주 오르내린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56)는 "확실히 예전보다 미국산 오렌지나 칠레산 포도를 자주 사다 먹는다"며 "식탁에서 수입 먹거리를 먹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發 식품 인플레이션 우려..中 수요증가로 가격 '상승'
 
하지만 이씨는 "문제는 가격"이라고 꼬집었다. 싸다고만 인식했던 저가의 수입 먹거리도 최근에는 오름세를 보이는 등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
 
이는 환율 하락과 FTA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국제 시세가 오른데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내수 증가로 수입 농축수산물 도·소매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주요 수입 신선식품의 소비자 가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주요 수입 신선식품의 가격은 1년 전보다 최소 10% 안팎, 최대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바나나(100g)는 1년 전 248원에서 338원으로 36.3%, 러시아 동태(1마리)는 1600원에서 2480원으로 55% 올랐다. 미국 오렌지, 칠레 청포도, 호주 소고기 목살(척아이롤), 러시아 킹크랩 등도 불과 1년 새 10~20% 넘게 값이 뛰었다.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 역시 중국 수요가 늘면서 국제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중국으로 수출한 호두 물량은 1년 전보다 54% 늘었다.
 
수산물도 중국 수요가 늘어난 데다 동남아·러시아 일대 어황이 좋지 않은 영향까지 겹쳐 가격이 급등했다. 롯데마트에서 동남아산 냉동 새우는 2009년 20마리 3800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58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낙지도 중국 어획량이 줄면서 1년 새 ㎏당 1만7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47% 뛰었다. 러시아 킹크랩도 같은 이유로 대형마트 가격이 20% 상승했다.
 
호주산 쇠고기 값이 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호주 농수산부에 따르면 중국의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작년 1~2월 779에서 올 1~2월 1만6300으로 22배 폭증, 한국의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처럼 중국의 수요가 늘어난 데에는 중국 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이 고급화 된 영향이 크다. 중국은 질 좋은 야채와 수산물 등을 찾는 14억 중국인들의 소비가 늘면서 국제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대량으로 수입, 국제 가격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태풍, 한파 등의 기후 변화도 수입산 식품의 가격 급등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중국산 당근의 경우, 지난해 매서운 한파로 현지 작황이 좋지 못해 생산량이 줄어 올해 수입량이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중국산 마늘·고추·양파 등 양념채소류 값이 많이 올랐다"며 "전반적으로 중국에서 돼지고기 등 소비가 늘면서 수입가격 자체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환율 하락과 관세 인하 효과에도 중국과 유럽, 미국 등 해외 수요 증가로 수입 과일과 축산물 가격 등이 오르고 있다"며 "수입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밥상 물가 타격을 막으려면 산지 개발과 수입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량농지확보 등 식량생산기반을 마련하고, 농가소득보전 지원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이어 "밀, 옥수수 등과 같은 곡물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곡물 비축 등의 방안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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