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잇속 챙기기'에 주가조작 대책 '반토막'(종합)
경실련 "금감원, 권한 누리면서 공적 책임은회피"
2013-04-18 14:33:59 2013-04-18 15:32:4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수사 효율성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감독원이 수사권을 거부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미 기존에 해오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으나 금감원에게는 대통령의 지시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18일 금융위원회·법무부·국세청·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대책으로는 ▲정부 합동수사단 설치 ▲금융위 조사기능 강화 ▲패스트트랙 도입 등이 담겼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가조작 조사 단계가 줄어 수사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왼쪽부터)현재빈 국세청 자본거래관리과장,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수봉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재훈 금융위원회 증선위 상임위원, 정연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지금까지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제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소→금감원→증권선물위원회→검찰→법원' 순으로 이뤄졌다. 절차가 복잡해 최종 처벌이 이뤄지기까지 보통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때문에 조사기간 중 도주나 증거 인멸·말 맞추기 등을 막기 위해 신속한 통화내역조회와 압수수색, 출국금지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감원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시세조종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범법자를 바로 적발하는 등 수사 속도가 대폭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다. 금감원이 사법경찰권을 받아 들이면 신분이 기존 민간인에서 공무원으로 바뀌면서 수사권은 확대되겠지만 급여는 줄게 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일하는 입장에서 급여를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 보다는 조사 업무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뤄지지만, 특별사법경찰권은 형사소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사실 행위에 대해 법을 두 개 적용하는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결국 수사권을 받지 않고, 직접적인 수사권 보유보다는 공조체계를 견고히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조직 권한 강화 차원에서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유재훈 증선위 상임위원은 "금감원이 민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이어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조사권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위에 파견 나와 있는 금감원 직원에게 특사경을 주는 것이 맞다고 최종 결론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민간 조직인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바꾸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금감원 측 역시 공무원 신분으로 바뀌면서 월급이 감소할 수 있는 등 여러 정황이 맞아 떨어져서 금감원에 특사경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기존의 공조체제에 금융위에 추가로 조직을 만들고 조사권을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사실상 신속한 수사라는 측면에서는 기존 공조체제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 공조를 해야 하는 조직만 하나 더 생기는 꼴이 된 것이다.
 
주가근절을 위한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금융위에 신설되는 조사전담부서에 파견되는 금감원 직원에게는 특사경을 지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긴급'과 '중대' 사건은 검찰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만큼 금융위의 조사부서는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중요'와 '일반' 사건까지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부장은 "금감원의 조직 이기주의와 전문성없는 금융위의 권한 강화라는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금감원은 민간기구의 특수성을 감안한 높은 급여와 함께 독점적인 감독권한까지 누리면서 공적인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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